국가의전 서열 3위이자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국회의 인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야당은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딱지를 붙여 인사청문보고서를 통과시켰습니다. 만약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된다면 1988년 정기승 대법원 후보자에 대한 부결 이후 35년 만입니다. 무슨 이유로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내렸을까요. 이 후보자를 둘러싼 4대 의혹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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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중 가장 많은 의혹이 있는 부분이 바로 재산 관련 부분입니다. 이 후보자는 재산으로 약 72억원을 신고하며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들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이 후보자의 여러 재산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처음 불거진 의혹은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의혹이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처가 운용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10억원 가량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저의 잘못이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에 등록 대상이 아니었고 처가쪽 재산 분배 문제였기 때문에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처음에 등록 대상이 아니었고 처가쪽 재산 분배 문제였기 때문에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장이 될 사람이 법을 몰랐다’는 다소 웃픈(웃기고 슬픈) 농담까지 나왔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출직의 경우 재산 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라며 “후보 사퇴 의향이 없는가”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살고 있는 이 후보자와 배우자가 투기 목적으로 경북 경주시 일대와 부산시 일대 땅을 매입해 장기보유한 뒤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토지 지분을 취득한 1980년대는 주택건설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정을 예측할 수 없던 시기”라며 “시세 차익을 노릴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턴도 ‘아빠찬스’가 아닌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앤장 인턴 자리는 로스쿨 학생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인턴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경제학도인 이 후보자 아들이 20살이던 2019년 7월 한 달간 김앤장에서 인턴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앤장이 학부생 인턴의 경우 별도의 공고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공고도 하지 않고 심사도 안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아들이) 관심법으로 들어갔느냐”고 직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려고 휴학하고 와서 친구들이랑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저와 관련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심지어 ‘아빠 찬스가 사실일 경우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딸과 관련한 의혹도 있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2018년부터 장녀의 해외 계좌로 6800만원 가량을 보내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현행법상 10년간 5000만원 이상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자산 급증 의혹도 있습니다. 이 후보자 딸의 4년 소득은 4200만원인데 현금 자산은 1억900만원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딸의 연주활동으로 인한 소득과 은행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의한 증가액”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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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판결과 관련한 의혹도 있습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2020년 11월 미성년자의제강간·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습니다. A씨는 12세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尹 친한 친구의 친구’…사법부 독립성 논란
이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친분 역시 논란 중 하나입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79학번 동기이자 ‘절친’으로 꼽히는 문강배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로, 그를 매개로 윤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장 시절 낮은 점수를 받았던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에 지명된 이유로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장 시절 법원 구성원이 참여한 다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어떻게 대법원장 후보자에 임명됐는가”라며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대법원장이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사법 독립을 수호할 확고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법관이 자신의 진영논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면 사직서를 내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농지법 위반 의혹, 탈세 의혹,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 이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는 25일 예정됐던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한 여파로 불투명해졌습니다. 재판 지연 문제, 후임 대법관 임명 등 사법부에 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지 않습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회가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