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사의 기업공개(IPO) 상장일 주식 가격이 공모가의 최대 네 배까지 오를 수 있도록 한 지 한 달 만에 초단타매매가 최소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가격발견 기능을 제고한다는 취지와 달리 단타 수요가 몰리면서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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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 가능해지자 회전율 610%…‘따상’ 시절 두 배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이 가능해진 지난달 26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종목들의 상장 당일 평균 회전율은 610%에 달했다. 회전율은 유통가능 주식수량 대비 거래량으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난다는 의미다.
회전율이 1500%를 넘는 종목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상장한 채용 및 직무교육 플랫폼사 오픈놀(440320)은 상장 당일 거래량이 3879만6620주에 달했다. 이는 상장 당일 유통가능 주식수(258만4710주)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장 하루에만 오픈놀 주식 주인이 15번 바뀐 셈이다.
기존 ‘따상(공모가 대비 2배 상승)’까지만 가능했던 시절보다도 회전율이 높아졌다. 지난달 26일 이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종목들의 상장 당일 회전율은 297% 수준이었다. 가격제한폭이 두 배로 확대되면서 회전율 역시 두 배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소 “적정가격 빠르게 찾게 됐다”
높은 회전율은 신규 상장일 주가변동폭이 확대된 여파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증시에 새로 입성한 상장사들의 첫날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상장 첫날 가격이 공모가 두 배로 형성되는 ‘따상’이 최대였지만 가격제한폭을 확대해 신속하게 적정 가격을 발견한다는 취지다.
거래소 측은 상장 당일이 아닌 상장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상장하자마자 ‘따상’에 도달한 종목들이 사실상 거래가 중단돼 다수 투자자들이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결과 투자자 의견을 반영한 시장가격을 발견하는 데 수일이 소요됐다.
높은 회전율, 오히려 가격 왜곡할 수도
문제는 높은 회전율로 인해 오히려 가격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전율이 높다는 건 주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장 당일에만 과도하게 회전율이 높을 경우 기업의 본질가치와는 관련 없이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가격발견 기능 제고라는 취지보다는 투기성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적정가격은 상장해 놓으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것”이라며 “가격제한폭 확대로 오히려 주관사나 상장기업 대박 기회만 노린 눈먼 수요를 공모 참여에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벗어나는 가격 흐름은 지속하기 어렵다”며 “현재의 가격 흐름과 거래량 폭등이 일시적 현상이 될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히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