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맞다는데 우리 군은 "욱일기 아니다"...'경례' 논란 부추겨

  • 등록 2022-10-29 오전 12:33:43

    수정 2022-10-29 오전 1:08:0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우리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석하기로 한 뒤 ‘욱일기 경례’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국방부의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다르다”는 해명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7일 다음 달 6일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 함정이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관함식 참석 사유 관련 국방부는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형태가 다르고, 모양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자위함기는 국제사회에서 정식으로 수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의 욱일기 홍보 자료에는 자위함에 게양된 깃발 사진과 함께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해상자위대 자위함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하고 있다”고 돼 있다. 일본 정부가 ‘자위함기=욱일기’임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국방부의 해명에 대해 “엄청 궁색하다”며 “일본에선 자위함이건 뭐건 간에 해군이 통상적으로 게시하는 비슷한 모양의 깃발을 다 욱일기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이같이 말하며 “욱일기는 범위가 넓다. 중앙의 원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건 욱일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해버리는데, 엄청난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군기에 엄연히 우리가 경례하는 게 맞고 이런 예가 치러진다고 할 때, 한일 간 묵은 과거사와 국민 자존심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관함식 참가차 산둥성 칭다오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쓰키’호. 일본은 한국 해군이 이에 앞서 제주에서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욱일기 게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응하지 않고 불참했다 (사진=칭다오·AP/연합뉴스)
그는 또 “(국방부가) 국제사회가 (자위함기를) 수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는데, 우리는 그 국제사회 중에서도 직접적인 전범 피해국이고 장기간 일본 치하에서 겪은 나라다. 어떻게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우리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갔었던 일이고 이 문제에 대해 이념적인 판단을 하는 건 자제해야 되겠다”면서도 “관함식에 참석하는 큰 행사의 명분이나 제대로 된 논리와 명분을 갖고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 도대체 왜 참가하는 것인지 이유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에 따라 간다는데 도대체 그 안보협력이 뭐냐는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전략 대화가 없다. 양국 공동의 이익과 군사력의 역할, 앞으로 협력할 구체적인 방안을 토의한 적이 없다. 실무자들끼리 교류만 했다. 전략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한일 간에도 ‘이것만은 꼭 협력하자’ 이런 기준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보 협력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버리니, 사실은 퍼포먼스고 어떤 행사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사실상 미국에서 이번 일본 관함식 참가를 권유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3각, 집단적 안보협력에 대해 명확하게 세 가지 차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첫째 정책의 차원,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인도·태평양에 같이 함께하는 정책적 협력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 협력이 있다. 미사일 방어나 대잠수함 작전의 시스템을 서로 연동해 보는 기술적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 번째가 중요한 데 문화적 협력이다. 상호 친선교류, 공감대 형성”이라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이런 것들은 주변부로 미루고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친선, 인적 교류를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이 세 가지 차원의 군사협력을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그걸 군사용어로 상호운용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니까 한국이 이런 관함식에 가야 하는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는 억눌러 놓고 이런 관함식에 가서 자꾸 접촉면을 넓혀라(라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함정을 보낸 건 지난 2002년과 2015년 두 차례다. 이번에 7년 만에 다시 참석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과거 두 차례 참석한 전례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안보상황을 고려해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지난 1월 일본 측으로부터 관함식 초청장을 받았지만, 막판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때도 일본 해상 자위함기가 일본 제국주의 상징으로 여기는 욱일기 문양을 띄고 있는 게 문제가 됐다.

앞서 2015년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서 우리 구축함에 도열한 장병들이 욱일기가 걸린 일본 함정에 탑승한 아베 신조 총리를 항해 거수경례를 해 논란이 됐고 그 뒤에는 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 관함식에 지난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 욱일기를 달고 참석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는 욱일기 게양이 안 된다고 하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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