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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가장 큰 인플레 불확실성 요인”
아이켄그린은 물가 폭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확대 등을 거론하면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다시 퍼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공급과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우리가 종종 하는 말은 ‘바이러스는 곧 보스’(the virus is the boss)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켄그린은 아울러 공급망 대란을 두고 “중기적으로 경제 생산량과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것은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이번 물가 폭등을 두고 1970~80년대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분석했다. 아이켄그린은 “연준은 1970년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이해하지 못했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집중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는 등 고통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폴 볼커 전 의장이 살인적인 긴축을 했을 당시인 1982년 9월(10.1%)부터 미국 실업률은 10개월간 두자릿수로 치솟았다.
아이켄그린은 또 미국의 가파른 긴축 이후 일부 신흥국들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 경고등이 켜진 데 대해서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을 보면서 더 과장되게 움직여야 한다”며 “그래야 (국제금융시장에) 인플레이션 목표치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 측면에서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CB 긴축 , 伊 눈덩이 부채로 정책 제약”
아이켄그린은 오는 21일 11년 만의 금리 인상을 앞둔 유럽에 대해서는 경제 사정이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이탈리아 부채 등 머리 세 개 달린 괴물(three-headed monster)과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역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눈덩이 부채를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55.3%로 역대 최고다. 2019년 당시 134.1%에서 돌연 치솟았다. 이는 근래 유로화 초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악재로 꼽힌다.
아이켄그린은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이탈리아 국채금리를 폭등시킬 수 있다”며 “ECB가 이탈리아의 부채 문제로부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자칫 물가를 잡고자 과도하게 긴축을 할 경우 이탈리아 같은 고부채 국가들의 차입 비용이 급증해 재정위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아이켄그린의 우려로 읽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다. 2011년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19.7%로 지금보다 낮았다.
그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 대한 투자자 조언을 구하자 “증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번 인터뷰 말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을 아꼈다. 그는 자신의 지도 교수였던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거론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지 말고 다양화해야 한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 UC산타크루즈 경제학 학사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전임교수 △국제슘페터학회 슘페터상(2010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인’(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