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여러 질환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임상개발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여러 대사질환에 폭넓게 관여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계열의 후보물질을 발굴한 기업 중심으로 치열한 개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 국내 펩트론(087010)과 한미약품(128940) 등이 관련 펩타이드 신약 임상에 몰두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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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타이드는 수십 개 내외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1920년대 개발된 최초의 펩타이드 치료제로 유명한 것이 2형 당뇨병에 쓰는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51개 아미노산 조합으로 구성된 약물이다. 지금도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특유의 아미노산 조합을 찾아 합성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 퇴행성뇌질환 등 다중 적응증에 대한 임상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GLP-1는 혈당량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글쿠카곤이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에 붙을 수 있는 펩타이드를 의미한다
GLP-1 계열 물질 개발 ‘봇물’...적응증, 당뇨~파킨슨병까지 多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일라이릴리(릴리)는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티르제파타이드’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GLP-1 및 ‘위 억제 폴리펩타이드’(GIP) 등 이중 작용 억제제 계열의 티르제파타이드가 비만 환자의 체중을 최대 22.5% 가량 낮춘다고 분석했다. 릴리는 티르제파타이드를 비만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등으로 완성하기 위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펩트론도 GLP-1 억제제 계열의 성분 엑세나타이드를 성분으로 하는 ‘PT302’를 발굴했다. 회사 측은 이 물질을 2011년 유한양행(000100)에 기술이전하고 공동으로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해당 물질의 국내 임상 2상을 마친 바 있다.
펩트론 측은 신약재창출을 통해 PT320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알파-시누클레인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최근에는 이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의 환자 투약을 완료했다. 회사 측은 올 하반기 중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GLP-1 수용체 계열의 후보물질이 뇌질환을 일으키는 물질까지 타깃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뇨나 비만치료제, 파킨슨병까지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상을 계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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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체내 존재하는 여러 글루카곤 수용체에 이중 또는 삼중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다양하게 발굴했다. .
이 회사는 GLP-1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해 당뇨병치료제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 대비 투약 간격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주 1회 또는 월 1회 주사하는 지속형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GLP-1 및 글루카곤(GCG) 등 수용체 이중작용제 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선천성 고인슐린증 대상 신약 후보물질 ‘HM15136’(임상 2상)과 함께 이 물질을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병용요법으로 사용해 비만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전임상 연구도 수행하는 중이다. HM15136은 지난해 11월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의 국가신약개발사업과제로 선정됐다. FDA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각각 2018년과 2020년에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한미약품은 GLP-1와 GIP, GCG 등 세 가지 수용체에 삼중으로 작용하는 ‘HM15211’을 발굴해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임상 2상) 및 특발성 폐섬유증(전임상) 등의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간학회를 통해 HM15211이 간의 섬유화를 막고, 간 내 담즙산 형성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향후 해당 약물을 간 희귀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펩타이드 합성 관련 한 연구자는 “GLP-1나 GIP 등 글루카곤 수용체 패밀리를 타깃하는 약물은 체내 대사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간 질환, 당뇨 및 비만과 관계가 깊다. 최근에는 뇌 속 당 대사 과정에 대한 기전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며 뇌질환까지도 그 연구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며 “국내외 제약사가 이 계열의 약물을 발굴해 임상 연구를 이어가는 이유다. 그 연구성과가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사례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