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일재 잔재 '근로'를 '노동'으로 바꿔라"

'근로자의 날→노동절' 명칭 회복 나섰지만 개정안 국회에 계류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지켜 달라"
비정규직·여성·청년, 부당대우와 괴롭힘에 시달려
  • 등록 2021-05-01 오전 12:01:58

    수정 2021-05-01 오전 12:01:58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133년 전인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이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하루 8시간 노동’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3년 뒤인 1889년 파리에서도 이날을 세계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날로 지정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고용승계투쟁 (사진=연합뉴스)


“노동 존중의 시작은 노동자라고 부르는 것부터”

“올해 5월1일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로 함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다.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고 관련 법인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도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바꾸자는 것이 골자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일로 ‘노동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불리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1958년 노동절이 도입됐지만 1963년 박정희 정부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꾼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공주의가 팽배했던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 노동당과 북한 노동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셈이다.

이들이 노동절 명칭변경을 주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근로(勤勞)‘는 일제 강점기 때 주로 사용된 용어란 것이다.

둘째,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에서 ‘부지런히’가 국가 통제의 의미를 다고 있는 것. 반면 ‘노동’(勞動)은 가치중립적이란 주장이다.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뜻이 일하는 사람을 더 넓게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라고 부를 것인지 노동자라고 부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꽤 오래됐다.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1997년 제정 당시부터 근로자라고 표기하다보니 관계부처 등 정부 기관도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근로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단어가 ‘일하는 자를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 말’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어 왜 노동자에게만 부지런해야 한다는 의무를 추가하느냐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기존 노동 관련 법들에 단어 ‘근로’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환노위 소위원회에서 회부된 모든 법안을 살펴보면서 “아직 대다수 국민들이 노동절이란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등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자는 내용의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날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131주년 ‘노동자의 날’(노동절) 맞았지만...

131주년 ‘노동자의 날’(노동절)을 맞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정규직·여성·청년 등 노동 시장 취약계층의 부당한 대우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속버스 회사에 다니는 계약직 A씨는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노사가 고용안정협약을 맺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갱신해 주던 계약직 사원들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회사는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약을 통해 지원금을 받아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힘없는 계약직 기사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들의 ‘10대 직장 풍경’으로 △코로나해고△하청 설움 △프리랜서 △폭언 △모욕 △채용사기△육아휴직 불이익 △청년내일배움공제 △실업급여 등을 꼽았다.

특히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7~23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18.6%가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중 비정규직은 35.8%가 직장을 잃었다고 답해 정규직(7.2%)의 5배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여성들에게 집중됐다. 여성 노동자들의 실직경험이 24.8%로 남성(14.1%)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 1월과 비교했을 때 소득 변화에 대해서도 ‘벌이가 줄었다’고 답변한 여성이 43.4%로 남성(28.5%)에 비해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율과 단체협상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법·제도 개선 추진을 공약했지만 어떤 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기 위한 ‘사용사유 제한제도’ 도입,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등의 공약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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