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의 요(尿)런 토크]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성적 행복추구권’

  • 등록 2019-08-17 오전 12:03:39

    수정 2019-08-17 오전 12:03:39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적 만족은 육체, 정신, 감성, 사회적 행복 전부를 의미하며, 누구나 성적 만족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관대해졌지만, 본인의 의지대로 성생활을 할 수가 없는 성소외자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적은 편이다.

성소외자(sexually disadvantaged)가 누구냐고 물으면 ‘못 생긴 사람’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웃픈 얘기지만 틀린 답은 아니다. 법원은 2016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위헌 제청의 보충의견서에서 ‘외모, 장애, 연령 등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사람들을 성소외자라 지칭’한 바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장애인이나 노년층은 육체적 제약과 사회적 편견으로 파트너를 만나기 힘들고 일반적인 성생활이 어렵다. 현대의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은 평균수명을 연장시켰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지만, 장애인이나 노인의 성은 주책이나 과욕으로 치부되고 있다.

인간의 성이란 종족번식과 쾌락, 소통, 교감,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이자 삶의 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거나 신체적 기능이 떨어져도 정서적인 성적 욕구는 지속된다. 사람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만족이고, 성생활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다.

2007년 허인무 감독의 영화 ‘허브’는 여성 장애인의 사랑을 다루었다. 20세 상은(강혜정 분)은 7세 지능의 정신지체 3급으로 우연히 만난 종범(정경호 분)과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 결국 종범은 상은이 정신지체란 걸 알고 갈등을 하다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동생처럼 보살펴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성소외자도 성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있음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데, 현실은 영화에서처럼 장애인의 성은 은근슬쩍 덮어버리고, 노인의 성은 주책으로 치부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박카스 아줌마나, 장애인들을 위한 성 자원봉사가 정답은 아니다. 성소외자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성적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대법원에서 수입이 합법화된 리얼돌에 대한 논란이 뜨겁고, 더구나 젠더 갈등으로 진행돼 안타깝다. 리얼돌 고객층은 크게 두 부류로, 노인, 장애인, 연애기피자 등 성소외자와 리얼돌을 개성의 표현으로 여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양한 성의 수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성적 행복추구권 중 하나이다.

성소외자들에게 있어 성은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에너지이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성적인 문제는 특별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겪는 문제이다. 사회적 약자인 성소외자의 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성적 만족도를 보살피는 것이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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