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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는 했지만 무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트럼프-시진핑, 90일 협상 재개 합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 담판을 벌이고 무역전쟁을 임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 12월초 아르헨티나에서 합의할 때와 유사하다.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히자는 큰 틀만 제시했다.
미국은 협상 기간 동안에는 추가적인 대중 관세를 유보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달 협상 결렬 이후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로 25%로 인상했다. 이후 나머지 325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절차를 진행중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시간을 벌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을 앞두고 농민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포문을 거두기는 했지만 무역전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은 ‘균형된 합의’를 거듭 주장하며 미국 측 요구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아편전쟁 후 맺은 난징조약처럼 굴욕적·불평등 조약이 될 수 있다”며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 측과 계속해서 협상하고 갈등을 관리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협상은 평등해야 하고 상호 존중해야 하며 각자의 합리적인 걱정거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주권과 존엄 문제에 있어 중국은 반드시 자국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국 이익은 고도로 융합돼 있다. 서로 촉진하고 공동 발전해야 한다. 충돌과 대항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양국이 조율,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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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도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시 주석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좋은 회담을 가졌고, 아주 좋은 관계를 확인했다. 시 주석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고 의지도 가지고 있다.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급할 것이 없다”고 밝혀온 만큼, 협상이 언제쯤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희생량이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제재가 부분적·일시적으로 완화될 것인지, 완전히 해제될 것인지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는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 돌파구는 신호조차 없었다”면서 ‘여전히 깨지기 쉬운 평화’라고 지적했다.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을 뿐 궁극적으로 결과가 보장 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25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도 타결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갈등 및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는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협상이 합의나 진전보다는 제자리에서 맴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