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프론티어]⑪체성분 분석기? '인바디'가 보통명사

업계 첫 '8점식' 체성분분석법 개발
높은 정확도 전문가들이 먼저 인정
일본 전문용 시장 90% 이상 장악
매출 75% 해외에서 거둬들여
  • 등록 2018-01-12 오전 12:30:00

    수정 2018-01-12 오전 12:30:00

차기철 인바디 대표는 “체성분 분석기를 전문가용 시장에 이어 가정용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제공=인바디)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시장을 평정한 경험으로 가정용 시장까지 장악할 계획입니다.”

11일 서울 논현동 인바디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차기철(60) 대표는 “인바디가 체성분 분석기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미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안착한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에 이어 가정용 제품군 라인업을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예전에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를 비만도로 많이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같은 값이라 해도 운동량에 따라 근육·지방량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최근에는 발바닥이 그려진 발판 위에 올라가 양 손으로 막대를 잡고 1분 정도 서 있으면 몸의 각 부위별 지방·근육·수분량을 측정하는 기계가 등장했다. 통상 ‘인바디’로 불리는 체성분 분석기가 그것이다. 인바디는 검사방법이나 기계 이름이 아니라 기계 브랜드명이다. 하지만 워낙 널리 알려지다 보니 브랜드 자체가 보통명사화됐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체성분 측정을 ‘인바디 체크’라고 부를 정도다.

인바디를 만든 사람이 바로 인바디 창업자 차기철 대표다. 그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생체 전기저항 분석법’ 관련 논문을 읽었다. 몸에 미량 전기를 흘려 수분량을 측정해 체성분을 재는 방법이었다. 우리 몸은 약 70%가 수분이고, 수분은 전기가 잘 통한다. 여기에 전류를 흘리면 부위별 수분량에 따라 각각 전류값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 이와 관련 당시 병원에서 주로 썼던 미국산 체성분 분석기는 사람을 눕혀 놓고 한쪽 손과 발등에 전극을 붙여 전류를 흘려 측정했다. “당시 체성분 측정 방식은 몸에서 가장 비중이 큰 몸통은 측정하지 않고 ‘추정’해야만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대부분 미국산 제품을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을 본 후 ‘기계공학 출신인 내가 더 좋은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차 대표는 하버드 의대로 옮겨 박사과정을 마친 후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 체성분 분석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그는 선 자세로 측정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누워서 재는 방법은 자세에 따라 수분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었다. 특히 기존 제품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측정 부위가 8곳인 ‘8점식’ 전극법을 고안했다. 기존 제품은 발바닥 네 군데에서만 측정하는 4점식이었다. 차 대표는 “누운 자세로 측정할 경우 하체 측정 값을 가지고 상체를 추정하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발바닥 네 군데에 더해 양 손에 두 군데씩 전극을 추가해 8점식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우리 몸을 물이 담긴 통 하나로 보느냐, 몸통·두 팔·두 다리 등 통 5개로 나눠 보느냐 차이다. 그는 “몸통과 다리, 팔의 굵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 세분화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또 경쟁품이 50㎑ 단일 주파수 전류만 흘려보내는 대신 인바디는 1∼1000㎑ 등 다양한 주파수를 활용해 체수분·체지방·세포 내외부 수분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차 대표는 창업 1년 만인 1996년에 첫 체성분 분석기 제품을 출시했다. 체성분 측정 정확도가 한층 높아진 이 제품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봤다. 인바디를 활용한 연구논문은 지금까지 1000편 이상 발표됐다. 이중 약 600편은 해외학술지에 실렸다.

인바디는 미국 FDA와 유럽 CE, 일본 JPAL 등 선진국 인증을 모두 받았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일본·중국·말레이시아·인도·유럽 등에 설립한 자회사들을 통해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 관련 제품을 수출한다. 전체 매출 중 7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인다. 일본에서는 전문가용 체성분분석기 시장 90% 이상을 장악했다. 인바디가 글로벌 체성분 분석기 시장에서 사실상 ‘보통명사’가 되면서 회사 이름을 바이오스페이스에서 2014년에 아예 인바디로 바꿨다.

인바디는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에 이어 가정용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바디는 혈압계, 신장계, 가정용 인바디, 인바디 밴드 등 다양한 체성분 분석기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60%가량을 전문가용 제품에서 거둬들인다. 차 대표는 “인바디는 가정용 제품도 8점식 전극법을 적용해 전문가용과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면 가정용 시장 공략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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