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평생고용으로 직원행복 책임지는 회사(16)

퇴사가 불가피하면 재택근무나 전속프리랜서 선택가능
국내최대 디지털콘텐츠업체 (주)엔파인 이병진 대표
  • 등록 2014-05-09 오전 5:00:00

    수정 2014-05-15 오전 10:37:18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마음껏 즐기면서 일해라. 우리 회사정년은 무제한이다.”

근무정년을 없애 직원 모두가 육체가 허용하는 날까지 직장생활을 즐길 수 있는 회사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엔파인이 그 주인공이다.

“경험이 많은 선배는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는 그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중장년층과 젊은 직원 간 업무 결합을 통해 거두는 시너지를 감안하면 정년을 둔다는 게 오히려 회사에 불리하다.”

이병진(52) ㈜엔파인 창업자 겸 대표는 전직원에게 ‘평생고용’을 약속했다.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제1의 경영철학은 ‘돌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 행복하게 일하자’다. 이 대표는 “평생직장을 보장해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라고 확신한다.

평생직장 문화 덕분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일에 대한 만족도 수준은 대기업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가장 효과적인 ‘펀(fun) 경영’의 해법을 평생 고용보장에서 찾은 셈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이직률은 사실상 제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직원이 지방으로의 이사나 육아문제 등 개인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퇴직을 하게 될 경우에도 평생고용을 보장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회사는 ‘재택근무’와 ‘전속 프리랜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나야 할 경우 전 직원은 재택근무나 전속 프리랜서 제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이 회사 직원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정에서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속 프리랜서 제도를 택하면 직원신분은 없어지지만 본인이 원할 때까지 이전에 했던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회사가 배려해준다.

특이한 점은 재택근무를 선택하기보다 전속 프리랜서로 전향한 케이스가 월등히 많다. 실제로 현재 직원 규모가 54명인 이 회사에서 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 회사 출신은 7명에 이른다. 반면 재택근무는 2명만이 선택했을 뿐이다. 전속 프리랜서들의 업무 전문성을 인정해 회사에서 받던 기존 연봉에 평균 20% 가량을 더 올려주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여기에 프리랜서로 일하다 다시 입사를 원하면 언제든지 회사에 다시 들어올수 있다.

이런 평생직장 문화로 인해 설립된 지 불과 14년밖에 안됐지만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벌써 3분의 1을 넘어섰다. 중간 중간에 입사한 직원들을 감안하면 퇴직자가 거의 없는 셈이다. 초창기 창립멤버 6명도 한명의 이탈자 없이 그대로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회사가 급성장을 하면서 창업자들이 이탈하는 ‘성장통’을 겪는 대부분의 벤처기업들과는 천양지차다.

㈜엔파인은 국내 최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회사다. 삽화, 사진, 도안 등 일러스트와 아이콘, 템플릿, 클립아트,캐릭터 등을 자체 제작해 공급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인 55만여개의 관련 디지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기자가 “55만개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감히 오지 않는다”고 묻자 이 대표는 “길거리 가다 접하는 광고 일러스트 10개 가운데 2~3개는 엔파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도 모두 이 회사가 갖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1000억 원에 달한다.

이 대표가 지난 2000년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해도 이 분야의 국내 시장은 ‘황무지’ 그 자체였다고 한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기여서 사업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래픽과 저작권이 중시되는 시대가 오면 콘텐츠 서비스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오늘날의 그를 있게 했다.

현재 1만개가 넘는 회사 및 지방자치단체, 정부기관 등에 콘텐츠를 유료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62억 원에 영업이익 18억 원을 거뒀다. 최근 5년간 매년 30% 넘게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90억원 에 영업이익 3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최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엔파인의 이병진 창업자 겸 대표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하게 일하자”며 직원들에게 평생고용을 보장하면서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국내에서 드문 경영자다. 방인권 기자
디지털 콘텐츠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국내에 4개, 중국 1개, 일본 1개 등 총 7개의 디자인 하우스와 전담 제휴를 맺고 있다. 이들 제휴 디자인 하우스로부터 일러스트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 1년에 22억 원 가량을 쓴다. 콘텐츠 1컷당 평균 20만 원 남짓 낸다.

이제는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걸고 있다. 연간 500억 원 규모인 국내시장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에 비해 일본시장은 5000억 원, 미국시장은 2조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현재 이 회사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얼마 전에는 일본 최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업체와 업무 제휴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오는 7월부터 일본내에서 이 회사의 디지털 콘텐츠가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사내 벤처제도도 이 회사가 ‘펀 경영’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는 직급이나 근무 연차에 관계없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팀장으로 임명한 후 전권을 부여한다.

전권을 위임받은 팀장은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팀원들을 자유재량으로 외부에서 마음대로 채용할 수 있다. 내부 인력이 필요하면 언제든 끌어다 쓰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입사한 지 갓 1년이 지난 신입사원 2명은 팀장으로 특진하기도 했다.

“직원 규모가 그리 많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보니 직원 간 위화감과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개개인에 대한 파격적인 금전적 포상보다는 특진 등과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펀 경영’은 직원들 일부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경영방식이다.

“향후 디지털 콘텐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무료로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교육과정에는 근무경력이 많은 직원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초기 형태로 경기도 성남의 분당경영고등학교와는 산학연계 협약을 맺고 1주일에 2시간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자질이 우수 학생들은 이 회사가 적극 채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모든 그림과 디자인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디지털 콘텐츠다. 비즈니스 영역이 이처럼 무제한으로 펼쳐져 있는 사업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무제한’이라는 단어는 이 회사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표현이다. 이 회사의 사업범위 뿐 아니라 정년제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디지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값만 쳐주면 언제든지 이들 콘텐츠를 전부 팔 의향이 있다. 우리 회사에는 언제든지 이를 메울 수 있는 유능한 창조적인 인력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직장생활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인재는 결국 떠나게 된다”며 “‘편 경영’은 우수 인력과 함께 회사가 지속적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며 말을 맺었다.

㈜엔파인이 보유하고 있는 삽화, 사진, 도안 등 일러스트와 아이콘, 템플릿, 클립아트,캐릭터등 55만여개 디지털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컷들. ㈜엔파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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