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메르켈의 리더십과 아베의 '이웃 거지 만들기'

  • 등록 2013-01-30 오전 6:00:00

    수정 2013-01-30 오전 6:00:00

미국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조직이나 사회가 갈등을 넘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감하는 인간‘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감하는 인간은 19세기 영국의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설파한 치열한 적자생존이 아닌 공감과 공존을 최고선으로 삼는다.

또한 공감하는 인간은 공감의 정치력을 잘 발휘한다. ’동일성‘ 보다는 ’차별성‘을 인정하고 ’단일체‘ 가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고 갈등을 조장하기 보다는 이를 해소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에서 ’공감하는 인간‘의 롤모델을 옅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6일 “독일인은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돌프 히틀러의 권력 장악 80주년을 며칠 앞두고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팟캐스트에서 “당연히 우리는 나치의 각종 범죄, 2차대전 희생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홀로코스트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과거사를 조목조목 반성했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역사의 잘못을 묻어두지 않았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도 아니고 조상이 범한 역사적 과오지만 이를 겸허하게 받아 들이겠다는 자세가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사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사과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 이스라엘을 방문해 유대인 희생자에게 참배했다. 또한 2009년에는 폴란드 그단스크 교외에서 열린 2차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 빌리 브란트 옛 독일 총리에 이어 독일 정상으로선 두 번째 무릎을 꿇고 유럽인들에게 사죄했다.

독일의 이러한 ‘통 큰’ 리더십이 독일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 주변을 살펴보자.

독일이 과거사에 진솔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우익 강경파들이 펼쳐놓은 놀이마당에서 주변국과 공감의 정치를 도외시하고 무모한 도전을 향해 치닫는 돈키호테로 변신했다.

그는 위안부 등 과거 불행한 과거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커녕 ’이웃나라 거지만들기(beggar-thy-neighbour)’ 정책으로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아베정부는 일본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엔화를 약세로 유지하는 ’근린궁핍화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엔화 약세를 통해 수입 감소·수출 증대→무역수지 흑자→설비투자 활성화→고용 창출→경기부양으로 이끌겠다는 계산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한국이 지나치게 과거에 매달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일본이었다. 이들은 왜곡된 과거사의 옷을 걸치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을 해 세계 3위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적 리더십은 커녕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나쁜 이웃’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가 경제블록화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은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주변국과 건설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팽개치고 관계 악화의 길로 가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김 민 구

gentle@/글로벌마켓부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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