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할 피부, 뼈, 근육이 대부분 수입산이라니?

식약청, 인체 조직 78% 수입..“안전 장담 못해”
  • 등록 2012-04-10 오전 6:00:00

    수정 2012-04-10 오후 3:52:36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0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김아영(13·가명)양은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뼈를 잘라내지 않을 경우 암이 전이돼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김양은 고민 끝에 허벅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곧이어 이식할 수 있는 뼈를 구했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출처와 유통 경로가 불분명한 외국인의 뼈라는 설명에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김양의 사례처럼 이식 수술에 사용되는 인체 조직의 4분의3이 대량으로 수입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식약청에 따르면 2010년 유통된 인체 조직 25만8069개 가운데 국내에서 기증되거나 만들어진 것은 5만6555개로 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78%는 수입된 인체 조직인 셈이다.

인체 조직은 뼈·연골·힘줄·판막·피부·혈관 등을 가리킨다. 피부는 화상 환자 이식에, 혈관은 장기 이식에, 심장 판막은 심장병 환자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뼈와 연골은 골육종 환자의 치료와 치과 임플란트에 사용되고 있다.   김양의 어머니 송현자(여·43)씨는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인체 조직이라는 설명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인체 조직의 대부분은 수입된 것으로 미국이나 중남미 등에서 들여온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인체 조직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이의 사체에서 떼낸 피부, 근육 조직 등 품질이 좋은 인체 조직은 자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분을 수출한다.

따라서 국내에 수입되는 인체조직 대부분은 안전성이 의심된다. 서울의 대형병원 관계자는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체 조직을 수출할 때 기본적인 안전 검사를 도외시하는 사례가 많다”며 “시신 1구에 6억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돼 있을 정도로 인체 조직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인체 조직의 수입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의 시신 기증 사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인구 100만명당 인체 조직 기증자는 미국이 13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3명에 그치고 있다.   박창일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건양대 병원장)은 “시신 1구가 기증되면 150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시신의 70%를 화장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인체 조직 기증은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기증자 수가 적은데다 인체 조직을 관리하는 시스템 또한 부재하다보니 해외에서 수입하는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혈액과 장기는 공적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체 조직 기증자에게 혜택을 주는 조례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혈액과 장기 이외 인체 조직의 기증 희망을 표시할 수 있는 제도는 아직 없다.   유명철 인체조직기증재단 이사장은 “인체 조직을 병원별로 따로 관리하고 있어 이용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체 조직 관리 체계의 부재는 곧바로 시신의 인체 조직을 음성적으로 매매하는 암거래 시장을 형성시키는 부작용도 잉태하고 있다. 정양국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조직은행장은 “안전성과 산업성 모두를 고려할 때 국내 필요량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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