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7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나왔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하면서 하나금융의 후계구도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의 사의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향후 하나금융 후계구도는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와 김승유 회장의 연임 의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 외환銀 인수땐 김 회장 연임 유력
우선 금융위원회가 내달 중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하면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그 동안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했던 김 사장에 이어 김 회장마저 물러날 경우 통합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임원진들이 김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런 흐름이 전개될 경우 스스로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위한 희생양임을 자처한 김 사장의 복귀는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없는 상태에서 당장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시작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는 이미 김 회장이 1년 연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김 사장도 사의 표명 직후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위해선 김 회장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김 회장은 연인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부적으론 연임 여론이 높긴 하지만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기점으로 대승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눈치고, ‘장기집권’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가 결정되면 연임에 따른 명분이 생기는 만큼 김 회장은 일단 조직을 안정화시킨 후 명예롭게 퇴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윤용로 부회장이나 김정태 하나은행장를 후계그룹으로 양성해 자리를 물려주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 인수 불발땐 김 사장 `회장` 복귀 분석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금융위가 내달중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김 회장이 책임론에 휘말리면서 연임이 사실상 어려운 구도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의를 표명한 김 사장의 복귀 여부가 향후 후계구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회장도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용퇴 결정을 내린 만큼 인수가 무산되면 김 사장의 복귀도 생각할 수 있다”면서 외환은행 인수 여부에 따라 김 사장의 사표 수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의 뒤를 이어 김 사장이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진정성을 인정받아 후계구도 1순위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사장은 “한 번 떠난 자는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다”면서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변수로 남아 있다.
은행권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일각에선 외부 영입설이 언급되고 있지만 당국의 입김이 심하게 작용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하나금융 색깔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후계구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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