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계열사들, 줄줄이 종편에 끌려들어갔다

대한항공 조선 `베팅`에 눈치보였나..한국공항·한진도 출자
증권街 "리스크 커졌다"..재계 동향 예의주시
  • 등록 2011-12-01 오전 8:02:03

    수정 2011-12-01 오전 8:02:03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PP)에 출자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003490)이 조선일보 종편 TV조선(CSTV)에 300억원(지분율 9.7%)이나 출자한 뒤 다른 신문사 종편의 반발을 의식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002320), 한국공항(005430)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 및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은 중앙일보 종편 JTBC에 42억원을, 한국공항은 동아일보 종편 채널A에 60억8000만원을 출자했다. 지분율은 각각 1%, 1.47%라고 기재했다.

출자시기는 모두 4월말이었다. 당시는 종편들이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던 시기로, 대한항공이 TV조선 3대주주로 올라섰음이 널리 알려진 후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조선에만 투자하면 어떡하느냐"는 타 종편들의 불만 제기가 있었거나 한진그룹측이 직접 화해하기 위해 출자에 나섰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들은 출자 이유에 대해 `사업 관련`, `영업력 강화`라고 기재해놓고 있다. 그러나 항공운수 보조사업을 벌이는 한국공항과 한진이 방송사업과 어떤 사업 연관성이 있는 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계열사들은 대한항공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 않아 종편 출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공항은 3분기까지의 순이익이 130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260억원 정도. 출자금 61억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앞서 한진그룹과 계열분리된 한진중공업이 매일경제TV에 30억원을 출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누적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 정리해고에 나서는 상황에서 종편에 출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종편 출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악재 중 하나"라며 "다른 기업들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인데 반해 한진그룹은 적극적으로 종편을 돕고 있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올초 TV조선 출자 소식이 알려진 뒤 당일 주가가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분 출자보다 추가 투자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종편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될 경우 `주주의 책임`으로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는 식의 비용 유출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부정적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최근 펴낸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고주들(200명)은 종편 시청률이 내년 1.20% 가량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방송 전문가들은 1%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5%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종편 지분 출자와 관련, 재계와 금융계에선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개선 약정 상태인 한진그룹이 협의 없이 종편 출자에 나섰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다만 종편 눈치에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측은 종편 출자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한항공이 TV조선에 출자할 당시 "실무적으로 검토된 사항이 아니며 윗선의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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