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이 말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대한 보상금이 주변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다만 당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적어 일단 대부분이 금융권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2년여 전만해도 `강남 아파트 1채 + 상가빌딩 + 인근 토지`가 보상금 재투자의 `3종 세트`로 불릴 정도여서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은 주변 부동산시장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SH공사는 지난 23일 `마곡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 및 대토보상계획 공고`를 내고 26일부터 현장 인근 강서농협에서 토지·건물소유자와 세입자 등으로부터 이주대책 등 보상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된 보상비용은 총 사업비 약 5조2000억원의 67%에 달하는 3조5000억원 규모. 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 2조2759억원, 김포양촌 1조954억원, 파주운정 7352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협의를 마치지 못한 주민들의 토지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중 모두 처리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총 3조5000억원의 거취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보상에는 현금 보상 이외에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 상업용지(5블록)로 돌려주는 `대토보상`도 함께 실시되지만 이를 선택하는 주민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곡동 D공인 관계자는 "2000여명에 이르는 보상 대상자의 대다수가 이 지역 농민들"이라며 "아직까지는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계획을 잡기보다는 당장 보상가격이 낮게 매겨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보다는 이주할 집을 찾으려고 화곡동 등 강서구 지역내 아파트나 김포신도시, 목동 등을 알아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곡지구 보상금이 본격적으로 풀리게 되면 예년만큼은 아니어도 일부 강남권 저가매물 매수세가 커질 수 있고 인근 시장도 유동성 유입효과가 생기는 등 다소나마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인근 방화뉴타운 지역이나 마곡지구 주변의 아파트 등에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커지게 될 수 있다"며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이들의 경우 대출을 받지 않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부 저가매물을 소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이 대세 하락기인 탓에 보상금이 당분간은 금융권 안전자산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이 지역 보상금을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PB 부동산팀장은 "예년에는 보상으로 풀리는 유동성의 40%가량이 부동산시장에 재투자돼 왔지만 당장 토지나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는 과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6개월에서 1년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 유입효가가 가시화 되겠지만 당장은 보상금 중 상당부분은 은행권 단기예금 등 안정적인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