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5천억 마곡지구 토지보상금 향방은?

부동산시장 재유입효과 "예년만 못할듯"
  • 등록 2008-12-31 오전 10:20:26

    수정 2008-12-31 오전 10:20:26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며 3조5000억원에 이르는 개발보상금이 내년 1월부터 풀린다.

돈줄이 말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대한 보상금이 주변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다만 당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적어 일단 대부분이 금융권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2년여 전만해도 `강남 아파트 1채 + 상가빌딩 + 인근 토지`가 보상금 재투자의 `3종 세트`로 불릴 정도여서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은 주변 부동산시장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SH공사는 지난 23일 `마곡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 및 대토보상계획 공고`를 내고 26일부터 현장 인근 강서농협에서 토지·건물소유자와 세입자 등으로부터 이주대책 등 보상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된 보상비용은 총 사업비 약 5조2000억원의 67%에 달하는 3조5000억원 규모. 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 2조2759억원, 김포양촌 1조954억원, 파주운정 7352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공고에 따라 1·2차 접수를 통해 협의를 마치면 보상을 받게 되며 보상금액이 지급되기까지 2주가량의 행정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1월 중순부터는 보상금의 실제 시중유입 효과가 발생한다.

협의를 마치지 못한 주민들의 토지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중 모두 처리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총 3조5000억원의 거취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보상에는 현금 보상 이외에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 상업용지(5블록)로 돌려주는 `대토보상`도 함께 실시되지만 이를 선택하는 주민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곡동 D공인 관계자는 "2000여명에 이르는 보상 대상자의 대다수가 이 지역 농민들"이라며 "아직까지는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계획을 잡기보다는 당장 보상가격이 낮게 매겨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보다는 이주할 집을 찾으려고 화곡동 등 강서구 지역내 아파트나 김포신도시, 목동 등을 알아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곡지구 보상금이 본격적으로 풀리게 되면 예년만큼은 아니어도 일부 강남권 저가매물 매수세가 커질 수 있고 인근 시장도 유동성 유입효과가 생기는 등 다소나마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마곡지구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어디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공항동 인근이나 부천 대장동 등의 공장 예정용지 같은 토지에 재투자하겠다는 이들도 있다"며 "다만 현 상황에서 토지투자는 다소 위험하다는 판단이 우세해 보상금 파급 효과가 단기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인근 방화뉴타운 지역이나 마곡지구 주변의 아파트 등에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커지게 될 수 있다"며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이들의 경우 대출을 받지 않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부 저가매물을 소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이 대세 하락기인 탓에 보상금이 당분간은 금융권 안전자산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이 지역 보상금을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PB 부동산팀장은 "예년에는 보상으로 풀리는 유동성의 40%가량이 부동산시장에 재투자돼 왔지만 당장 토지나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는 과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6개월에서 1년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 유입효가가 가시화 되겠지만 당장은 보상금 중 상당부분은 은행권 단기예금 등 안정적인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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