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애써 `온난 전선`을 유지해왔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무역, 환율 정책 등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돼 양국간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이미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에 부창부수할 확률은 낮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미국 채권을 보유한 국가로서 역공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폴슨 `절반의 성공`
부시 행정부의 폴슨 재무장관은 지난 2006년 재무장관에 오른 이후 70여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 여러 현안에 걸쳐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외교에 중점을 두고 양국 간 관계 개선에 힘써왔다.
그는 반기마다 개최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창설하고 무역, 환율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 결과 외국인 뮤추얼펀드의 중국 증시 투자를 비롯해 위안화 절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폴슨 장관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중국이 수출업체 대상 수출 환급세를 지급하는 것에 대한 언급을 중단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은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폴슨 장관은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만나 "(미-중 관계에서) 많은 성과들이 도출됐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주도적인 중국 경제는 오는 2010년까지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달성한다는 경제 발전 5년 계획을 수립했으나 오히려 내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가계 소비는 전체 GDP의 35%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1993년의 45%에서 줄었다. 소비 지출이 70%를 차지하는 미국과 대조된다.
미국 외교위원회의 브래드 셋서 위원은 "중국은 전세계에서 내수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며 "글로벌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은 내수 비중을 GDP의 40%까지 끌어올려야한다"고 말했다.
◇ 오바마 행정부, 對 중국 규제 강화할 전망
미국 내의 기업과 노동자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보다 중국에 대해 더욱 강력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의 막스 바우커스 위원장은 중국 등에 반덤핑 과세를 물리는 법안을 계획하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래리 키셀 위원과 뉴욕의 댄 메이페이 위원 등은 중국으로의 일자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철강업체 뉴코, 인쇄용지 업체 뉴페이지 등 각종 철강 및 섬유 업체들도 오바마의 유세 기간 동안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美 공세에 中 맞대응할 듯
그러나 미국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중국도 이에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각종 부양책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최다 보유국인 중국이 채권을 내다 팔기라도 하면 미국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회사인 JL맥그래거앤코의 제임스 맥그래거 회장은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면서 미국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그래거는 "오바마의 정책은 기존 행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지만 "올해 (미국 정부는) 1조달러에 치닫고 있는 적자를 메꿔야하고 은행에만 손을 벌릴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말 현재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는 5850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됐다. 미 국채를 꾸준히 매수해온 중국이 이같은 자세를 뒤집기라도 하면 미국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양국간 긴장 관계가 결국 `돈주머니`를 쥔 중국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이징 소재 로펌인 안진앤파트너스의 관안핑 이사는 "중국은 미국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