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구조 왜 제자리인가

총수있는 그룹 43곳중 18곳, 환상형 순환출자 형성
동양 SK 등 소유지배구조 `최악`..금호아시아나 크게 악화
"강요보다는 선택권 더 주고..다양한 제도보완 필요"
  • 등록 2007-09-02 오후 12:00:10

    수정 2007-09-02 오후 12:00:1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마무리됐지만, 재벌들의 악성 순환출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1년 사이에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재벌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실정이다. 소유하고 있는 지분에 비해 실제 행사하는 의결권 비율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양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나의 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악성 순환출자, 43곳중 18곳..비율 더 늘어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이 C기업에, 다시 C기업이 A기업에 투자하는 소위 `A→B→C→A` 형태의 환상형 순환출자가 1년 사이에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없는 19개 기업집단에서는 환상형 출자가 없었지만, 나머지 43개 기업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005380), SK,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009540), 한화, 두산 등 18곳은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가운데 환상형 순환출자가 형성된 비율은 41.9%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41개 가운데 15개로 36.5%였던 것에 비하면 5.4%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029780)→삼성에버랜드`는 물론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005930)삼성SDI(006400)→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화재(000810)→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현대차→기아차(000270)→현대제철→현대차`, `현대차→현대캐피탈→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 등으로 이어지는 2중, 3중의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동양 SK등 지배구조 `최악`..금호아시아나 `악화`

그룹별로 보면 소유 지배구조가 가장 좋지 않은 곳은 의결권 승수가 무려 15.80배에 이르는 동양그룹으로 파악됐다. SK(003600)(15.60배), STX(011810)(13.20배), 한화(000880)(10.87배), 두산(000150)(9.40배), 삼성(8.10배), 코오롱(002020)(7.65배), LG(003550)(6.78배) 등도 좋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된다.

또 1년 사이에 소유 지배구조가 가장 크게 악화된 그룹은 금호아시아나로 1년만에 의결권 승수가 1.97배 상승했다. 코오롱이 1.80배, 현대가 1.69배, 삼성이 1.19배 높아져 그 뒤를 이었다.

반면 KCC(002380)하이트맥주(000140), 한진중공업(097230), 효성(004800), 현대산업(012630)개발, 부영, 태광산업(003240), 동양화학, 한국타이어(000240), 교보생명보험 등은 2배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의결권 승수를 보였다. 출총제 적용 대기업 가운데서는 GS(078930)가 2.80배로 가장 낮았다.

의결권 승수가 1년 동안 낮아진 기업집단은 동양(-5.28배), 두산(-2.22배), 한화(-1.66배), STX(-1.15배) 순이었다.

◇ 순환출자 해소 증가추세..공정위 "기대"

다만 대규모 기업집단들 가운데 일부가 자발적으로 환상형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4월말 기준으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으로 환상형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는 두산은 이달 현재 두산건설(011160)과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 지분을 모두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한 상태다.

CJ와 한진중공업 등의 지주회사 전환이나 향후 SK 등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을 위해 이같은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순환출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전반적으로 대기업 소유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진 않았지만,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나 지주회사 전환 등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처장은 "이번 세제 개편 과정에서 환상형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기업에 대해 과세이연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만큼 순환출자 해소에 어느정도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 지배구조 개선 `제자리`.."대안 찾아야"

당초 공정위는 기업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 지배구조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시장 자율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집단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공정위가 추진해 온 대기업집단 정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도 공정위가 하나의 답에만 얽매여 이를 기업들에게 강요하는 대신에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 주장처럼 지주회사 전환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다"며 "순환출자든 지주회사든 핵심은 소수 지배구조를 인정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는 만큼 소수 주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위해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기업들마다 여건이 달라 현실적으로 지주사 전환이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며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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