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주택경기가 급락하며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를 낳았다. 유럽과 이머징 마켓에서는 주택가격이 연 평균 10% 가까이 오르면서 거품 논란을 일으켰다.
2007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불균형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택경기는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럽과 이머징 마켓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뒷받침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기 심리까지 가세해 부동산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美 주택경기, 내년 하반기에 `다소` 회복
올 한해 미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1%에 그쳤고, 기존 주택 판매량은 11.5% 줄었다. 공급량 기준으로 7.4개월 분량의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있다.
미국 주택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택재고를 줄일 만큼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사이더스도 “주택경기의 침체 압력이 내년 상반기부터 완화될 전망”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택 모기지 대부업체 패니 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버슨은 내년도 주택가격은 올해보다 1~2% 가량 떨어지고 주택 판매는 6%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르레아는 전체 주택 중 25%만이 가격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인 75%의 주택은 완만하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올해 한 해 동안 유럽에서 거래된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규모는 2000억유로(2642억달러)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부동산 과열` 진단을 내린 18개 나라 중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등 12개국이 유럽국가들이다. (표 참조)
유럽의 부동산 열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가 호전도고 있는데다 부동산 임대료도 상승하면서 부동산 수익율이 10~13%에 이른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높은 수익을 좇아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회사 존스 랑 라살레의 유럽 자본시장 담당 임원인 토니 호렐은 "내년에 투자수요가 줄어들 요인이 없다"며 "부동산 펀드에 시중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구와 소득이 증가하는 데도 주택 공급이 늘어나지 않은 것도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집값 상승이 주로 도시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은 집값이 올 한해 동안 연율 9% 가까이 올랐다. 반면 영국 북부지역 집값 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머징 마켓, 정부 대책에도 열기는 식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 역시 `부동산 열풍`의 예외는 아니었다. 인도의 델리와 뭄바이의 주요 도심 부동산 가격은 올 한해 동안 4~50% 가까이 올랐다. 중국도 지난 하반기 동안 주요 70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한달 평균 5% 이상 오르는 등 과열 조짐을 나타냈다.
각국 정부가 각종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바짝 조이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거용 아파트의 70%를 90평방미터(약 27평)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규제로 신규 주택 건설 계획이 지연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동산 열기를 식히기 위해 중앙은행이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최고 호황국면인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시장으로부터도 자금을 끌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대출 옥죄기`가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