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심각한 위기감이 뉴욕증시를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화요일 연준의 금리인하폭에 대한 실망감으로 시작됐던 다우지수의 폭락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절망감이 깊어가는 양상이다. 물론 기술주들이 급반등하면서 뉴욕증시가 장막판에 다소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해까지 사상유례없는 장기호황을 구가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미국 경제가 이제는 오히려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과연 지난 화요일 연준의 금리인하폭이 적절했던 것이냐에 대한 해답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지만 증시의 반응이 워낙 예사롭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오늘 발표된 실업급여신청자수나 경기선행지수 등이 모두 미국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내용들이어서 증시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물론 일각에서는 증시가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물부문 역시 금융부문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UBS 워버그는 올들어 세차례에 걸쳐 단행된 1.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할 올 하반기 이전에 미국 경제의 침체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4분기 국내총생산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HSBC 증권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로빈 그리피스는 "한때 유럽에서는 미국 증시의 폭락이 미국내 하이테크산업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폭락하더라도 유럽 금융시장은 호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그같은 넌센스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침 때맞춰 유럽중앙은행총재는 독일에 있는 한 경영대학원에서의 강연을 통해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파급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뉴욕에 소재한 헷지펀드인 트라이던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투자 담당 수석인 난두 나라야난은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경제가 불안한 상태"라면서 특히 유럽경제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이 경기침체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 장세와 관련해 패시픽 그로우스 이쿼티즈의 스티브 매소카 대표는 "당분간은 누구도 선취매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투자자들은 펀더멘털이나 주식의 잠재적 가치보다는 지극히 심리적 요인에 의해 매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HSBC의 애널리스트 그리피스는 "나스닥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은 침체장의 경우 기간이 일정한 패턴을 지닌다는 점이다"면서 초기 약세장이후 한차례 랠리가 발생하며 그 이후 최근과 같은 폭락장세가 이어지는 형태로서 그 기간이 대체로 14개월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피스의 계산에 의하면 지난 3월중순부터 시작된 침체장이 5월이면 끝난다는 설명이 된다. "이제 나스닥의 폭락은 거의 마무리단계"라는 그리피스의 주장이다.
그러나 트라이던트의 나라야난은 의견을 달리한다. "투자자들은 지난 2년간 고통을 겪고서도 아직 너무 기술주에 연연해 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사람들은 컴퓨터를 작동시킬 전기를 필요한다면서 석유관련주를 적극 추천했다. 기술주는 더이상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