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훔쳐 인체조직을".. 업계 충격 속 '이 기업' 청신호

  • 등록 2024-08-21 오전 9:10:09

    수정 2024-08-21 오전 9: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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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중국의 한 업체가 인체조직 이식재를 불법으로 생산·판매한 것이 적발되면서 엘앤씨바이오(290650)의 중국 진출에 수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업체들이 구조조정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엘앤씨바이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엘앤씨바이오 중국 쿤산 공장 (사진=엘앤씨바이오)
시신 훔친 업체 적발…쑥대밭 된 중국 동종 이식재 업계

14일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업체 아오루이생물(Shanxi Aorui Biomaterials Co., Ltd.)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4000여 구의 시신을 훔쳐 인체 이식재를 생산·판매한 것이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중국 쓰촨성과 광시좡족자치구, 산둥성 등지에서 화장장과 불법으로 연계해 사들인 시신으로 인체조직 이식재를 만들어 3억8000만위안(한화 약 730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중국 의료반부패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중국 수사당국은 아오루이생물의 인체 골격 재료·반제품 18여t, 완제품 3만5077건을 압수했다. 또 중국 정부는 동종이식재 생산기업들에 생산중지 또는 제한생산 명령도 내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 내 기업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에서는 이처럼 반인류적인 범죄가 일어난 것에 대해 공분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노팜(Sinopharm), 산보 브레인(Sanbo Brain), 다보 메디칼(Dabo Medical) 등 현지 업체들은 이번 사태와 무관한 것은 물론, 아오루이생물과 사업적인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선언하는 등 일제히 선을 긋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내에서 동종 인체조직 이식재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정형외과 의사는 현지 매체를 통해 수술에 사용되는 동종골(骨)의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느껴왔다고 고백했다.

인체에서 채취한 뼈 조직인 동종골과 달리 인공 뼈는 하중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수술에 사용하기 어렵다. 이 의사는 “중국 내에서는 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아 동종골 기증자가 부족한 데다 규제 정책의 진전이 더뎌 동종골을 구하기 어렵다”며 “업계의 법률 및 규정 위반은 전적으로 불합리한 규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합법적 인체 조직 기증 절차 거친 엘앤씨차이나 부각될까

중국은 2020년 조직 기증이 법적으로 인정됐지만 아직 인체조직 기증을 위한 별도의 법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민법에 따르면 인체세포, 조직, 장기 등을 무상으로 기증할 권리가 명시돼 있다. 중국의 인체조직은행은 매년 160만개의 인체조직을 임상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조직 기증은 상당히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엘앤씨바이오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2020년 조인트벤처(JV)로 설립한 엘앤씨차이나는 국제적인 표준에 맞춰 원재료와 생산 제품을 관리해왔다. 한국은 2005년 인체조직 안전관리법이 입법화돼 기증자 구득부터 가공 처리, 분배 등의 모든 절차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합법적인 기증 절차를 통해 인체재료 이식재를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할 경우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재료 이식재 사업과 인체조직 기반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엘앤씨바이오는 피부(메가덤), 동종골(메가본), 연골(메가카티리지), 관절(메가카티), 신경(메가너브 프라임) 등을 갖추고 있다. 메가덤은 피부이식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형외과, 신경외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특히 엘앤씨바이오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20년 엘앤씨차이나를 JV로 세우고 2022년에는 쿤산 공장을 준공했다. 올 초에는 중국에서 외자 기업 최초로 원재료 수입 허가 승인을 받았으며, 현지 조직은행도 설립해 인체조직 이식재 사업을 중국에서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회사에 따르면 중국의 피부이식재 시장은 약 3조원, 유방재건 시장은 6400억원, 연골재생 시장은 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의 메가덤을 필두로 메가카티, 메가쉴드 등의 인허가를 획득해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中 인허가 단계…반사이익 논하긴 일러”

다만 아직 아직 엘앤씨바이오의 중국 진출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엘앤씨바이오는 지난해 초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메가덤플러스의 수입 허가 승인을 신청한 데 이어 올해 5월 메가카티, 6월 메가쉴드의 수입허가 승인을 신청했다.

일각에선 인허가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번 이슈로 중국 허가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면서 허가 획득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일이 생기면 기존에 있던 기업들을 전수 조사하는 것은 물론, 신규 진입하려는 기업들도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면서 “인허가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에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엘앤씨바이오에는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엘앤씨차이나는 국제 표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관리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 시장의 허들이 높아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더라도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에는 문제될 게 없다”며 “중국 내에서 인체 이식재 관련한 불법적인 요인이 제거되고 불량 기업들이 퇴출된다면 엘앤씨차이나가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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