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탈 뒤에 감춘 희로애락, 서민 위로한 교감의 춤판

-심사위원 리뷰
탈춤꾼 허창열의 '탈,굿'
국가문화유산 고성오광대
처연함 깃든 '문둥북춤'
가무악 공연의 모범사례
  • 등록 2024-08-19 오전 12:00:01

    수정 2024-08-19 오전 12:00:01

‘허창열의 탈,굿’의 한 장면.
[장승헌 공연기획자] 유난스레 무덥고 습한 올여름,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춤판은 쉼이 없다. 경남 고성은 오래된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고 산과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남녘땅이자 춤의 고을이다. 이곳이 고향인 중견 탈춤꾼 허창열의 첫 개인 발표회가 지난 1일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펼쳐졌다. “탈춤도 우리의 오래된 전통춤이다”를 목청 높여 부르짖는 소신을 실천하듯, 탈춤꾼 허창열(고성오광대 이수자, 천하제일탈공작소 공동대표)은 사십을 넘긴 중견 전통 탈춤꾼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날 공연은 ‘허창열의 탈,굿’이란 이색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가무악 공연’의 모범적 모델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마당춤이 주는 자유로움과 동시대적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허창열은 고성오광대를 수련하며 쌓은 춤 내공을 오롯이 무대에 펼쳐 놓으며 관객들에게 마력의 춤과 연기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남해안별신굿 이수자 황민왕(블랙스트링 멤버)은 능청스러운 연주로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허창열의 네 개의 춤을 완벽하게 지켜줬다. 황민왕과 허창열은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공감대를 읽어 내며 상생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경지에 올라 있다. 이들의 호흡은 고스란히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국가문화유산 고성오광대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5과장으로 구성된, 흥미 있는 서사로 해학적이면서 서민의 삶과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춤이다. 고성오광대 춤은 경상도 춤의 배김새와 어깨 짓이 자유로운 굿거리장단의 ‘흥과 신명’이 백미다. 허창열은 기존 과장의 순서를 바꾸어 놓는 재구성으로 관객들의 평심을 흔들어 놓았다.

‘허창열의 탈,굿’의 한 장면.
먼저 동해안 별신굿 무녀(박혜미)와 파계승 승무 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지는 연주자 황민왕의 징 소리와 무심하게 툭 툭 내뱉는 축원의 소리가 아주 넉넉하고 멋스러움을 선사했다. 개인 공연을 펼치는 동료 아티스트에게 존중의 마음을 전달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객석에서도 느껴졌다. 고성오광대 제1과장 ‘문둥북춤’ 풍악 소리가 흐른 뒤 무대 상수 한 편에서 절룩거리며 등장한 허창열은 서민 혹은 소외된 자들의 비천한 속내와 울음을 탈 속에 감추고 특유의 촘촘하고 먹먹한 춤사위로 객석의 숨을 멎게 하며 감성적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처연함의 미학이 깃든 허창열의 ‘문둥북춤’은 쉼이 없는 춤판에서도 보기 드물다. 이어진 ‘태평소 시나위’에 이어 대미는 ‘덧배기춤’로 장식했다. 경상도식 자진모리장단의 흥겨움으로 이윤석 예능보유자와 고성오광대 전수생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 장엄한 대한민국 마당춤의 위상을 펼쳐 보였다.

이른바 서민의 마음을 대변했던 탈춤이 오늘에도 유효하게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 귀한 교감의 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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