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충전이냐 교체냐…세계 EV 배터리 투자 트렌드는

선진국에선 배터리 충전·신흥국에선 교체에 초점
자동차 대비 마이크로 모빌리티 경제 발달한 신흥국
투자사들 신흥국 투자 보폭 넓히려 스와핑 주목
  • 등록 2023-07-06 오전 7:36:50

    수정 2023-07-05 오후 7:36:31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배터리 스와핑(Battery Swapping·배터리 교체) 분야 성장세가 무섭다. 신흥국 투자를 고려한다면 이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 및 스와핑 부문에 대한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만난 한 외국계 벤처캐피털(VC) 대표가 한 말이다. 배터리 스와핑이란 전기차와 전기바이크, 전기스쿠터 등 E-모빌리티 이용자가 배터리 교환소에 도착하면 배터리를 떼어낸 뒤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차량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등장한 대안으로, 통상 모빌리티 소유자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사에 구독료를 지불하면 가까운 교환소에서 배터리를 교환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선 국제적으로 배터리 규격 표준화가 어려워 스와핑 시장의 성장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신흥국으로 투자 범주를 확대하려는 투자사들은 이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중화권 국가와 동남아시아에서 배터리 스와핑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中·印서 무섭게 성장하는 스와핑…투자 봇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E-모빌리티 배터리 교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중화권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산업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올해부터 2032년까지는 연평균 25%씩 성장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이들 지역에선 E-모빌리티 배터리 스와핑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전기 스쿠터를 제작해 배터리 교체형 사업을 하는 곳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장 최근 투자를 유치한 곳은 전기 스쿠터 배터리 교체 구독 사업을 전개하는 싱가포르 기반의 ‘오이카’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인슨벤처캐피털과 태국 BPIN으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오이카는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스타트업으로, 주간 및 월간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자체 스쿠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교환소에서 배터리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스왑에너지도 최근 온딘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A 라운드를 통해 93억원을 유치했다. 스왑에너지는 전기 스쿠터 배터리 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BaaS 스타트업으로, 현재 인도네시아 도심 내 1500개 이상의 교환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 기반의 E-모빌리티 배터리 스와핑 스타트업 ‘집일렉트릭’은 대만 전기 스쿠터 플랫폼 기업 고고로와 굿이어벤처스, 9유니콘, WFC, 벤처카탈리스트, 렛츠벤처 등으로부터 326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집일렉트릭은 이를 통해 전기스쿠터 물량뿐 아니라 인도 내 전기스쿠터 교체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선진국에선 배터리 충전 분야가 우세

중화권 및 동남아시아와 달리 자동차 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배터리 충전 솔루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뤄진다. 배터리와 모빌리티(차량) 플랫폼을 일체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이미 자리 잡은 만큼, 교체 수요가 크지 않은 것이다. 투자 업계에서 신속함과 편리함을 내세운 충전 솔루션 개발사에 대한 관심이 특히나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급속 혹은 이동형 충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심심찮게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전문기업 에바는 최근 KDB산업은행과 삼성증권-SBI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슈미트 등으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에바는 이동형 충전 솔루션으로 출발한 기업으로, 현재까지 전국에 2만대에 이르는 완속 충전기를 공급했다.

동종산업의 이지차저도 최근 안다아시아벤처스와 현대공업으로부터 13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지차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기초가 되는 설계·구축, 전기안전대행,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시작으로 충전기 개발과 제조, 충전 서비스 운영플랫폼 등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친환경 E-모빌리티 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이 밖에도 온디맨드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너캠프는 지난달 뮤어우즈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심산벤처스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에너캠프는 누구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이러한 투자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스와핑보다는 배터리 충전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스와핑은 배터리 규격이라던지 전기차 설계 등 표준화하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선 스와핑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 및 물류 서비스사가 생겨나고 있고, 시장 반응 또한 좋다”며 “때문에 이러한 국가로 투자 범주를 넓히려는 투자사에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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