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커진 차기 펀드 조성에다 국내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에 없던 대형 경쟁자 출현에 국내 PEF 운용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진 자금유치 경쟁에 초대형 운용사 등장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서다.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국민연금 PEF 운용사 선정 결과가 올 한해 흐름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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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달 27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국민연금 PEF 운용사 정기 출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PEF 분야에서 3곳의 운용사를 선정한 뒤 총 8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운용사별로 1500억~3500억원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안이 가능하다.
한앤코는 MBK파트너스와 함께 해외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해온 대표적인 운용사로 꼽힌다. 실제로 직전 3호 펀드까지 해외 기관 자금으로만 펀드를 꾸려왔다. 그러던 한앤코가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4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 유치를 위해 국내 기관 출자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굵직한 기관 콘테스트에 참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콘테스트를 석권한 운용사들이 평균 5000억~6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해당 수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굵직한 딜을 주도해온 한앤코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존 펀드 규모나 국내외 인지도 등을 따졌을 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운용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해외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국내로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다만 해당 시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차기 펀드 규모를 종전보다 더 키워서 나설 리 없다는 게 골자다.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경우의 수’ 내지는 ‘나비효과’를 따져보고 있다. 국내 펀딩 시장을 처음으로 노크하는 한앤코가 과연 어느정도 규모의 펀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PEF 운용사 선정 결과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 ‘메인 이벤트’격인 국민연금을 석권할 경우 여타 콘테스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에 없던 경쟁자의 등장이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평가도 있다. 이름값이나 지명도가 심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오롯이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걸출한 경쟁자지만,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집중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국내 운용사들의 의지도 엿보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한 대로 잘 준비하고 어필하면 되는 것이지, 경쟁자의 출현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전략을 잘 어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