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선 올해만 8조원을 사들인 외국인이 조만간 ‘차익실현’을 통해 국내 증시를 떠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다면 달러 가치도 오르며 코스피의 매력이 약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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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03포인트(0.69%) 내린 2452.70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던 코스피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매수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9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피를 8조1961억원, 코스닥을 8641억원씩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단 5거래일만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가중된 데다 달러가 약세 국면에 접어들며 원·달러 환율 역시 1200원대 중반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이 8조원까지 오르자, 매수 여력이 정점에 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7~8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조9715억원을 사들인 후, 9월 2조1239억원을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했다. 당시 코스피는 2305.42(2022년 7월 1일 종가)에서 출발해 2533.52(2022년 8월 16일 종가)까지 올랐지만, 9월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2155.49(2022년 9월 30일 종가)까지 밀렸다.
이 가운데 올해 1~2월 외국인이 8조원이 넘는 자금으로 코스피를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자금 여력도 서서히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란 평가다. 이달 코스피는 1.8% 상승하며 유럽과 홍콩 등 다른 국가들의 수익률을 넘어서고 있다.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는 구간이라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제까지의 패턴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2200 이하에서 적극적으로 순매수를 한 후, 2400선 후반에서는 일부 차익실현 전략을 이어가며 코스피를 매집하고 있다”면서 “만일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코스피의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긴장감 커지지만…반도체·中 기대감도
하지만 시장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에도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를 671억원 사들이며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거시 환경과 상관없이 코스피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먼저, 미국의 금리 변동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도체주의 향방이란 설명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와 3위 SK하이닉스(000660)가 업황 개선 기대로 올들어 각각 13.56%, 24.67%씩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 재고문제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챗GPT발 정보기술(IT) 수요 증가가 나타난다면 이들 종목이 코스피의 상승세를 주도할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랠리는 반도체가 주도한 가운데 반도체가 향후 코스피의 신뢰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예·적금 금리가 내려오며 개인 투자자들도 증시로 복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1월만 해도 매도 우위였지만 2월 8700억원대 순매수에 나섰다. 또 미국의 금리전망과 별개로 중국이 3월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신흥국 즉시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강력한 방역 정책 등에 경제성장률이 목표치(5.5%)를 밑도는 3.0%에 그친 만큼, 올해는 5~6% 수준의 성장률을 제시하며 강도높은 부양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늘어난 중국의 유동성 효과도 시차를 두고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경기도 좋아지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