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남과 다르다는 점에 위축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자산으로 삼고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 여성으로서 매 순간이 적응의 연속이었다’던 그는 10년에 걸쳐 회사의 운용자산(AUM)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체투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엔트러스트글로벌 대표로 최근 임명된 한국계 여성 소피아 박 뮬렌의 이야기다. 엔트러스트글로벌의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그는 지난해 9월 이데일리의 대체투자포럼(GAIC 2022) 참석차 내한해 월가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었던 비결로 “남과 다름을 차별화하라”는 굵직한 말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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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엔트러스트글로벌은 지난달 소피아 박 뮬렌 CIO를 대표에 임명했다. 한국계 여성이 수십조 원을 굴리는 월가 헤지펀드의 대표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엔트러스트글로벌은 그레그 하이모비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최고투자책임자(CI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직원 200명 안팎으로 운영됐다 .조직 운영을 효율화하고, 글로벌 대체투자 분야에서 엔트러스트글로벌의 입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대표(president)’ 직책을 새롭게 만들었다.
“남과 다름을 차별화”…유리천장 시원하게 깼다
뮬렌 대표는 동양인 여성으로서 글로벌 헤지펀드의 C레벨까지 오르면서 월가 유리천장을 시원하게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뮬렌 대표는 지난해 9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월가 입성 당시 느꼈던 소외감을 공유하며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나는 이미 (겉모습부터) 다르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주목받았고, 이를 장점으로 삼아 차별화했다”며 “‘다름’은 나의 큰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예제로 엔트러스트글로벌 입사 당시 면접에서 오간 질문을 들었다. 당시 면접에서는 ‘로스쿨을 나온 사람으로서 금융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오갔다. 변호사 출신인 뮬렌은 당시 “금융을 전공한 사람들은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며 “로스쿨은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서면과 구두 형식으로 정제해 의사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이는 금융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인데다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한 나만의 스킬”이라고 피력했다고 한다.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남들이 가지지 못한 ‘역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뮬렌 대표는 이번 대표 승진과 관련해 “엔트러스트글로벌이 대체투자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번 승진은 젊은 여성들도 업계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