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 피하려다 당한 변'…의암호 나룻배 전복 참사[그해 오늘]

1970년 11월5일 춘천 의암호 나룻배 뒤집혀 31명 익사
배에 태운 소의 배설 소란으로 뒤집혀…부녀자 희생자 다수
의암댐 건설로 섬 되면서 발생한 참사…현재 레고랜드 자리
  • 등록 2022-11-05 오전 4:05:00

    수정 2022-11-05 오전 4:05: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70년 11월5일 강원 춘성군(현 춘천시) 의암호를 운항하던 나룻배 금산2호가 전복했다. 배는 춘천시와 춘성군을 왕복하는 선박이었다. 항로 중간 기착지 중도(中島·춘천시를 지나는 북한강 한복판에 있는 섬)를 찍고 막 출발하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 중도는 상중도와 하중도로 나뉜다. 사진의 하중도는 춘천대교를 통해 춘천시내로 연결된다. 1970년 11월 나룻배 전복 사고는 하중도에서 발생했다. 레고랜드가 들어서기 전 하중도 모습.(사진=연합뉴스)
사고 원인으로는 배에 타고 있던 소 세 마리가 지목됐다. 승객 틈에 낀 소들은 배가 떠나자 갑자기 배설을 시작했다. 이걸 피하려던 승객이 배의 한쪽으로 몰리자 소도 그 방향으로 쏠렸다. 배는 금세 평행을 잃고 기울더니 전복했다. 이로써 승객 59명과 소 세 마리가 호수에 빠졌다.

구조 신고를 접수한 구조 당국은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했다. 경찰관 200여 명과 예비군 100여 명을 동원하고 군용 보트와 미군 헬리콥터를 투입했다. 민간 선박도 구조에 합류했다. 구조작업은 배가 뒤집힌 지(오후 2시10분) 2시간여 만에 끝났다. 구조 결과는 참담했다. 승객 31명이 익사했다. 함께 탔던 소 세 마리도 숨이 끊겼다.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인 24명이 여성이었다. 승객 대부분이 김장을 앞두고 중도로 밭일을 떠난 부녀자였던 탓에 피해자가 많았다. 현장을 자력으로 탈출하기에 힘이 달린 측면도 있었다. 이들은 품삯으로 시래기와 무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사고 현장은 뭍에서 2~3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문제는 육지와 거리가 아니라 배를 감싼 천막이었다. 천막 앞쪽에 앉았던 승객들은 뒤집히면서 거기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 수온이 내린 차가운 호수에 빠진 것도 악재였다.

소와 사람이 한데 배에 탄 연유에 이목이 쏠렸다. 당시 도선업 단속법(현 유선 및 도선업법)은 선주가 승선 또는 선적을 제한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하고 있다. 개중에 하나가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물건’이었다. 관계 당국과 법조계는 소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런 터에 격리 시설이 없으면 소를 태우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생존자 증언을 종합하면 배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소 배설물로 지저분해서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지방은 사정이 달랐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춘성군은 소를 배에 태울 수 있는 자체 조례를 마련하고 있었다. 소는 지역민에게 가족과 같았다. 배가 기착한 중도에는 주민 350명이 소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당시 소는 기계식 농기계를 대신해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 존재였다. 이런 소를 불쾌와 위해를 끼치는 대상으로 치는 것은 지역감정과 온도 차가 있었다.

의암댐이 1967년 7월 완공하면서 그전까지 뭍이었던 중도는 섬이 됐다. 의암댐 모습.(사진=춘천시)
과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선박은 정원이 90명이어서 승객수만 두고 보면 적정 수준이었다. 그러나 함께 탄 소를 비롯해 농기계와 농작물 무게를 고려하면 적량을 초과했던 것으로 보였다.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배라서 실을 수 있는 생필품은 우선 싣고 보는 게 일상이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렸기에 과적 단속도 느슨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만연했던 안전불감증도 일을 키웠다. 배에는 제대로 된 구명조끼 한 벌이 없었다.

중도는 애초 섬이 아니었다. 춘천 시내까지 육지로 난 길이 있었다. 의암댐(1967년 7월 완공)이 들어서면서 중도 주변으로 물이 찼다. 의암호가 형성됐고 중도는 섬이 됐다. 중도 주민은 배에 기대에 육지를 오갈 수밖에 없었다. 중도를 춘천시와 잇는 춘천대교는 2018년 1월 완공했다.

춘성군은 1995년 춘천군으로 개칭하고, 1995년 춘천시에 편입됐다. 중도는 현재 춘천시 중도동으로 자리한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지금의 하중도 선착장 인근이다. 현재 중도에는 레고랜드가 들어서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