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일라이릴리(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시리티닙)와 화이자의 ‘리틀레시티닙’ 등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2023년 상반기 중 미국 내 원형 탈모증 치료제 시장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두 약물의 대결은 같은 해 유럽과 아시아 등 시장 경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루미언트가 최초로 미국과 유럽에서 출격했지만, 리틀레시티닙의 접종 대상의 폭이 더 넓어 각국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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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2%인 약 1억 4700만명이 원형 탈모증을 앓고 있으며, 이보다 7배 가량 많은 인구가 탈모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 탈모 시장은 2020년 기준 8조원에서 2028년경 16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은 면역학적인 생체 기능이 활발한 10~30대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기존에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탈모 범위가 넓거나 치료 기간이 긴 중증 환자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떠오른 약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다. 이 약물은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아토피 피부 염등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한국과 미국, 유럽 연합 등에서 승인돼 치료에 활용됐다. 그런데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난 5월과 6월 올루미언트를 JAK 억제제 중 최초로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했다.
패트릭 존슨 릴리 수석부사장은 “세계 각국에 규제 당국에서 원형탈모 적응증 획득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FDA와 EMA라는 검증된 두 기관에서 성공했기에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국소 스테로이드제 등에 의존해야 했던 원형탈모증 환자에서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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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루미언트의 강력한 대항마인 리틀레시티닙이 내년 중 주요국 시장에서 등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자사의 리틀레시티닙을 청소년 및 성인 대상 원형탈모증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FDA와 EMA 측에 요청했고 관련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FDA와 EMA는 각각 내년 2분기와 4분기 중으로 리틀레시티닙에 대한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화이자 측은 “영국과 중국, 일본 등 추가 국가에서도 리틀레시티닙의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며 “특히 청소년까지 포함하는 적응증을 신청한 리틀레시티닙은 연령대를 뛰어 넘어 원형 탈모증 환자에게 널리 쓰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올루미언트와 리틀레시티닙의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다. 미국 내 원형탈모증 환자는 680만 명으로, 전체 탈모 인구(5000만명)의 12%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2028년경 미국 내 원형탈모증 치료제 시장의 약 80%를 JAK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릴리와 화이자 이외에도 미국 콘서트 파마슈티컬스가 JAK 억제제 신약후보물질 ‘CTP-543’을 발굴해 원형탈모증 관련 글로벌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업계에 따르면 아직 올루미언트의 원형 탈모증 관련 국내 적응증 확대 승인을 위한 신청 접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리틀레시티닙 역시 마찬가지다.
탈모치료제 개발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신약이나 새로운 적응증이 승인된 뒤 이르면 1년 이내로 국내에 도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올루미언트나 리틀레시티닙 등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한국릴리와 계약을 맺고 종근당(185750)이 올루미언트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염증에 영향을 주는 JAK 억제제는 비교적 최근에 나와, 국내에서 다양한 물질이 개발되진 않고 있다”며 “모낭을 되살리는 줄기세포 치료제처럼 남성형 탈모 등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물이 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