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에이비엘바이오에 이어 또 다른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이 대규모 알츠하이머 치료제 기술이전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RNA(리보핵산)를 활용해 척수가 아닌 세계 최초 정맥주사(IV) 제형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오케스트라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RNA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과 기술이전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 동경대 의대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친 류 대표는 2016년 10월 바이오오케스트라를 설립했다. RNA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류 대표는 “미국에 있는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에는 공식적인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고, 기술이전 규모는 올해 초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노피와 체결한 규모와 비슷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이중항체 기반 퇴행성뇌질환 치료 후보물질 ‘ABL301’을 올해 초 기술이전했다. 계약금 7500만 달러 및 마일스톤 4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0억6000만 달러 규모다. 류 대표가 에이비엘바이오와 비슷한 규모 기술이전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퇴행성 뇌질환에 악영향을 주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했고, 이를 억제하는 물질을 정맥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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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 독성 단백질을 표적하는 것이 아닌 죽어가는 RNA 세포를 표적해 기능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척수가 아닌 정맥으로 치료제를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나 앨라일람도 RNA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척수를 통한 형태다. 척수가 정맥을 통한 전달방법보다는 좀 수월하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로슈나 앨라일람 등은 척수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척수를 통하는 방식은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하지 않아도 돼 어느 정도 전달이 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RNA는 사람 몸속에서 굉장히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 화학적인 변형을 가하지 않는 이상 뇌에 들어가서 반 정도가 사라지는 데 4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우리는 RNA를 정맥으로 척수 전달보다 잘 전달되고 반감기도 90분까지 증가하는 전달체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사업 모델은 지속적인 기술이전이다. 기술이전을 통해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성과를 내는 선순환 방식을 추구한다. 퇴행성 뇌질환에 관여하는 바이오마커와 치료가 가능한 물질을 개발했고, 이를 안전하게 뇌세포에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 기술까지 개발해 플랫폼 기술을 완성했다. 플랫폼 기술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게 류 대표 설명이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현재 기술이전 논의를 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 외에도 2~3개 글로벌 기업들과 치료제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326030)과 지난 1월부터 신약 공동연구개발에 나선 상태다. 지난 2월 끝난 시리즈 C 투자에서 545억원을 유치하는 등 지금까지 약 1000억원 정도의 투자도 유치했다. IMM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LSK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GS홀딩스, 종근당홀딩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류 대표는 “바이오오케스트라는 플랫폼 기술을 기술이전 하는 게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막바지에 와 있는 게 있고, 나아가서는 플랫폼을 통해서 개발된 치료제를 기술이전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상장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말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것이다. 내년 중순에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