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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 시대’를 향한 기대는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베어마켓(약세장)과 경기 침체가 끝을 향해 가면서 성장주가 초과 상승을 보이고 주식시장 시세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운용하는 대표 액티브 펀드인 ‘아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가 올 들어 52%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주 시대가 오길 바라는 개인적 바람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주 시대를 점치는 건 우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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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는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두 차례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겪으며 하락세를 탔다. 성장주는 현재의 현금흐름은 적을지라도 미래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조달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미래의 수익은 불확실하지만 현재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확실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 성장주인 기술주를 위주로 구성된 미국 나스닥 지수는 작년 11월 고점 대비 22% 넘게 떨어졌다.
파월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커지는 성장주 기대감
올 상반기 급전직하한 성장주에 다시 주목하는 건 연준이 대놓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108%에서 2.962%까지 떨어졌다. 시장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의미다. 뉴욕 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장중 폭등했다.
국내 증권가 역시 한 목소리로 성장주 시대를 점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절대 가격을 다시 보기 시작했으며, 낙폭이 큰 성장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6월 3.5%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 1300원선을 하회하며 그간 성장주 주가에 부담을 줬던 매크로 지표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때 성장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다. 과거 코스피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뒤 반등하는 구간을 살펴보면 이익 추정치가 크게 하향 조정된 종목이 변곡점 이후 강하게 반등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외국인 자금은 실적과 별개로 IT 업종에서 가장 크게 빠져나갔다”며 “선제적으로 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을 겪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한 IT업종을 긍정 평가한다”고 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낙폭 과대 관점에서 성장주가 상승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악재에도 주가가 전 저점을 하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저가매수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장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진짜 성장주’를 주목하라는 얘기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이 높은 성장주는 오히려 영업이익 성장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며 “P/E 등의 멀티플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성장주와 가치주 구분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익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