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가계가 빚을 내 사들였던 주택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4%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주요국의 자산 거품 붕괴까지 덮친다면 성장률은 -3.0%로 추락할 수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는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예측을 내놓은 곳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빚투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 위험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는 경고다. 내년 1월을 포함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한 후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택 등 자산가격이 급락, 가계 자산이 감소하고 빚을 못 갚아 채무불이행 사태가 나고 그 결과 소비까지 감소,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외채 상환 능력까지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성장률이 -1.4%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요국의 자산가격 거품까지 붕괴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내수 침체는 물론 수출까지 타격이 예상돼 경제 성장률은 -3.0%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외환위기 당시 1998년 성장률이 -5.1%를 기록했던 충격과 유사하다.
|
우리나라 금융취약성지수는 9월 말 56.4로 낮아졌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 31.3보다 25.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취약성지수는 59.1로 2010년 6월 말 6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꿈틀대기 시작했을 즈음인 2007년 4분기엔 69.0까지 높아진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풀린 돈이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한은이 내년 1월을 포함해 내년 말까지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억제, 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