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을 주는 직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곽씨가 부친의 추천으로 손쉽게 직장을 구하고 결과적으로 50억원이나 되는 퇴직금을 챙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취업'이라는 첫단추부터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대표, 전무, 사원. 2015년 6월 곽씨가 입사할 당시 화천대유의 구성원은 3명뿐이었다. 아직 사무실조차 마련하지 못한 회사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출신 현직 의원이 아들을 소개해 입사했다.
이 회사에서 6년간 근무한 곽 씨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겼다. 입사부터 거액의 퇴직금까지 유력 정치인인 부친의 후광이 작용했을 것이란 건 의심이 아닌 확신이다.
非전공·無경력에...취업부터 특혜
곽씨는 ‘비전공, 무경력’이다. SNS를 통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곽씨는 2015년 연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동일 분야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러던 중 돌연 화천대유 경영지원팀 총무직에 앉았는데, 부동산개발업체 총무직은 곽 씨의 전공과 거리가 멀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딸도 아버지 소개로 입사했다. 길어야 6년간 일하고 퇴직금으로 최소 5억원이상을 챙긴 이 회사의 입사부터가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오승준(가명·26) 씨는 "이명이 있다고 수십억원을 산재 위로금으로 주는 회사가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거쳤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민지(가명·26) 씨는 "누구는 몇 년간 자소서를 몇 백장씩 쓰고 있는데 누구는 아빠찬스 덕에 단번에 수십억을 벌 수 있는 나라가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ESG시대 입맛대로 채용 시대착오적 발상
일자리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창출의 수단에서 나아가 가치배분의 대상이라는 공공재 성격도 존재한다. 기업이 입맛대로 채용과정을 진행하는 것은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다.
기업들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하며 노동자의 건강, 안전, 다양성을 비롯한 사회적 영향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추세다.
채용 과정에서도 사회적 자원인 일자리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9월 가석방 후 첫 공식 외부활동으로 ‘청년 채용’ 현장에 찾아 CSR을 통한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사회의 공익적 가치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채용비리에 연루돼 부정 입사한 20명 중 자발적으로 퇴사한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을 퇴직 조치했다. 당시 불합격한 피해자를 대신해 ‘채용비리 구제’ 특별 수시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도 믿고 지원해줄 수 있다"며 "사회적 이윤에만 점철돼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기업도 윤리성과 도덕성을 갖춰야하며, 이를 어기는 부분에 있어서는 중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박수빈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