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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사망한 A씨가 고된 노동과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 관련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했다.
8일 40여명의 서울대 교수가 가입돼 있는 민교협은 성명서를 통해 2019년에 이어 청소노동자 사망이 거듭된 것을 두고 “이번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교협은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관계 또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폭 늘어난 쓰레기 양 때문에 지난 1년 6개월 동안 매일 100ℓ 쓰레기봉투를 6~7개씩 날라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며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 요구 및 불필요한 시험 시행 등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용모 단정’을 이유로 회의 참석때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을 입게 하고 학교 내 시설물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하는 등의 시험을 보게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시험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해 점수가 낮은 청소노동자들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밤 11시께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40년 전 공장도 모멸감은 안줬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여름 지하 1층 계단 밑에 위치한 1평 남짓의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던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에 육박했고 1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는 에어컨은 커녕 창문도 없었다.
이후 청소·경비 등 용역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사건이 알려지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힘을 합친 노동자들을 ‘괘씸죄’로 해고한 사례도 있다.
서울대의 청소노동자 대상 갑질 논란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뿌리 깊은 노동의 이중구조,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일터, 그래도 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40년 전 공장 다닐 때도 몇 대 맞았으며 맞았지 이렇게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다”며 “저성장이 계속되고 기회가 희소해진 사회의 서러운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두가 부자가 되고 영화를 누릴 수는 없지만 우리 누구도 견디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적은 없다. 진상이 규명되고 분명한 조치가 있길 바란다”고 적었다.
A씨의 남편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의 남편은 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 양도 늘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며 “제 아내의 동료들이 기막힌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로 누구도 퇴직당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