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바이오株 몸살 불가피…"단기영향 있어도 추세 유지"

지수 끌어올린 제약바이오주
시총 톱3 공매도 잔고 줄어
재개후 고평가된 주가에 공매도 타깃 될수도
다만 외국인에게 시장 매력도 높이는 계기
  • 등록 2021-04-21 오전 12:02:00

    수정 2021-04-21 오전 12:02:00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3200선을 다시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 그리고 천스닥 시대를 연 이후에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1030선을 돌파한 코스닥.

최근 석달 동안 박스권에 머물던 국내 증시가 다시 상승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공매도 재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특히 공매도 민감도가 높은 코스닥의 경우 천스닥이 흔들릴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를 시행하겠다고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시행 대상인 코스닥150 종목이 시가총액 절반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업종이 주력인 만큼 공매도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공매도를 계기로 ‘롱숏’(저평가된 종목은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거나 헤지수단이 필요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고 수급기반이 탄탄해지면 오히려 실적 기반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4%(2.42포인트) 오른 1031.88을 기록했다. 지난 16일에 2000년 9월14일(1020.70)이후 20여년 만에 1020선을 돌파하고 이틀 만에 1030선을 넘긴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220.7로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이후 시장 상승을 주도한 ‘동학개미’ 영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한해 21조9400억원어치 순매수한데 이어 올 들어서 이날까지 5조6245억원어치를 담았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대외적 환경이 주도 업종인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중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약·바이오 및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닥 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재개…코스닥 떠받치던 바이오 종목, 이제는 부담?

공매도 시행 대상인 코스닥 150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알테오젠 등 투자자에게 친숙한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이 포진해 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코스닥 시장 대비 제약·바이오 업종 시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반도체 및 관련장비가 11.3%, 게임 소프트웨어 및 미디어가 9.9%, 의료장비 및 서비스가 7.7% 순이었다.

이에 공매도 시행이 코스닥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제약·바이오 업종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공매도 재개 시) 공매도 대차 잔고가 늘어나는 속도는 바이오 업종이 가장 빨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바이오 종목의 공매도 대차잔고가 지난해 말 대비 줄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시가총액 순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57.75% 감소했으며 셀트리온제약(068760)이 48%, 알테오젠(196170)에이치엘비(028300)는 각각 11%, 47% 감소했다. 다만 씨젠(096530)은 같은 기간 214.14% 증가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잔고가 많이 줄어든 주식들은 그만큼 주가가 많이 상승해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했을 수 있다”며 “향후 높아진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반발하는 바이오 개인 주주들, 정부 ‘신 개인 대주 제도’ 먹힐까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종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에 개인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나아가 개인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코스닥은 개인 매수세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투자 심리 위축 여파는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내 케이스트리트베츠(KSB·kstreetbets) 운영자는 한투연 회원과 에이치엘비 주주들에게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존을 위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지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 같이 높아지자 정부는 개인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내달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재개에 맞춰 개인 공매도 활성화를 위한 ‘신(新) 개인대주제도’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개인도 고평가된 종목에 대해 외국인이나 기관과 똑같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불만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 확대를 장려하는 정책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기회배분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의 공매도 대주 풀이 적은 만큼 코스피에 비해선 공매도 영향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공매도 재개가 코스닥시장에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연구원은 “개인의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일시적 타격은 있겠지만 추세를 바꾸는 장기적인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들에게 매수와 매도 양방향의 시장 건전성을 통해 시장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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