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가 1833년에 소개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버버라 소속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모은 이 이론은 개인 이익과 공공 이익이 서로 부딪칠 때 개인 이익만 고집하면 경제주체가 파국을 맞는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환경오염은 ‘공유지의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초원뿐만 아니라 물, 공기, 토양 등 주인이 없는 ‘자유재’는 쉽게 황폐화된다. 공장에서 내보내는 폐수로 인근 하천이 썩어가고 공중화장실이나 국립공원이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쌓이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낙후된 시민의식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상사상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는 엇박자 대책만 내놓고 있다. 이들 부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주범이 중국이라며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그러다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제히 ‘경유차 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유차가 친환경 녹색성장의 상징이라며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한 후 혼잡통행료를 깎아주고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준 정부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등어와 삼겹살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공장과 보일러나 발전소 등 제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52~65% 가량이라는 환경부 자료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경유값 인상카드나 고등어·삼겹살 타령만으로는 해결책이 요원하다. 오히려 이번 미세먼지 파문을 계기로 공장 등 제조업 부문의 화석 에너지원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신(新)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