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늘었는데 평가등급 상향 ‘역주행’도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정부의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A(우수)’ 등급을 받았다. 1년 전 ‘D(미흡)’ 등급에서 세 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곧 뒤탈이 났다. 이 회사의 방만 경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경영 평가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직원의 공금 횡령, 명예 퇴직금 과다 지급,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연차 저축 제도(못 쓴 연차휴가를 적립했다가 나중에 쓰도록 한 제도) 등 방만한 운용 실태가 2014년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이듬해 1월에는 아파트 하자 보수 업체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이처럼 정부 감시망을 피해 가는 방만경영과 소홀한 부채 관리의 적폐를 뿌리 뽑으려면 기존 공공기관 관리·평가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점검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 시행하는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을 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재무예산관리 및 성과’ 지표 배점은 총 6점(비계량)으로, 1년 전(9점)보다 오히려 3점 낮아졌다.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지표(비계량 9점) 안에도 ‘임금피크제 운영의 적절성’(2점) 항목을 새로 추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방만경영 부문의 평가 비중이 줄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사전적 감시와 통제를 통해 공공기관 방만 경영 사례를 시시콜콜 잡아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철저히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보다는 시장형 공기업은 재무 성과가 나쁘면 페널티를 주고 매출이 적은 준정부기관은 방만 경영 사례를 적발하면 예산을 줄이는 등 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평가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채 문제도 자산 매각·사업 지연 등 미봉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기재부가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심의를 강화해 부채를 유발하는 사업은 철저히 축소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