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이웅열 코오롱 회장 모처럼 웃었다

1조 배상 부담 던 코오롱 신소재 사업 속도
마우나리조트 사고로 침체 그룹 분위기 쇄신
  • 등록 2014-04-07 오전 6:00:00

    수정 2014-04-0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이웅열(사진) 코오롱 회장이 모처럼 웃었다.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과 1조 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코오롱이 항소심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가라앉았던 그룹 분위기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경기도 과천 별양동의 코오롱 그룹 본사로 출근해 미국 항소법원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에 1조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1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는 소식을 보고받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선 지난 5년간 발목을 잡았던 듀폰과의 소송에서 전세가 역전되자 ‘의미 있는 승리’로 자평하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불리는 이번 소송에서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서다. 특히 연초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와 지난해 코오롱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 등 악재가 거듭된 후에 날아온 낭보여서 의미가 더 크다.

뉴시스 제공.
주가도 소송 호재에 즉각 화답했다. 4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의 주가는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2011년 7월 12만9000원까지 올랐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는 같은 해 1심 법원의 1조 원 배상금 지급 배심원 평결 직후 6만 원대로 떨어진 뒤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아라미드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한 초강력 섬유로 경찰과 군인의 방탄복 제조에 사용된다. 500도의 고열에서도 타지 않는 내열성과 어떤 화학 약품에도 녹지 않는 내약품성을 지녀 ‘꿈의 섬유’로 불린다.

코오롱은 듀폰과 일본의 데이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아라미드를 개발하고도 소송이 발목을 잡아 사업을 확대하지 못했다. 5조 원 규모의 코오롱 인더스트리 전체 배출에서 아라미드가 차지하는 비율(700억~800억 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 개선도 예고돼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심 판결 이후 배상액에 대비해 분기당 100억 원씩의 충당금을 쌓아왔다. 미국 항소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낸 만큼 올해부터는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되고, 지난 2년간 쌓은 800억 원의 충당금이 영업이익으로 돌아가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파기환송으로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불공정성 문제가 해소돼 앞으로의 재판은 해볼만 하다는 게 코오롱의 입장이다.

미국 항소법원은 1심 재판을 맡았던 로버트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도록 명령했다. 로버트 페인 판사는 과거 듀폰의 법률대행 로펌인 맥과이어 우즈의 변호사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어 코오롱 측에서 판사 기피 신청을 냈던 인물이다.

또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는 코오롱 측의 증거도 다시 채택될 전망이다. 코오롱은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이미 1884년 이후 진행된 듀폰과 네덜라드 악조(Akzo)와의 아라미드 소송 과정에서 모두 공개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 재판에서 배제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게 돼 보다 공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소송에서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은 지금의 1조 원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파기환송된 만큼 듀폰과 코오롱의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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