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국립기상청(NWS)은 이날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 최저기온이 평균 섭씨 영하 14도에서 영하 19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전역이 영하권…일부 지역엔 ‘화성 추위’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전역과 캐나다 전체가 영하권에 들었고 특히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70도에 육박했다.
이런 추위는 남극 혹은 북극은 물론이고 지구 밖 궤도를 도는 화성 일부지역과 맞먹거나 더 심한 수준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보내오는 화성 지표 기온이 영하 25도에서 영하 31도 가량이다. 또 미국이 남극에서 운영하는 아문센-스콧 기지의 7일 측정기온은 영하 23도, 풍속냉각 온도는 영하 31도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이 된 극지 회오리바람 ‘폴라 보텍스’(polar vortex)의 영향권에 든 인구가 미국에서만 1억8천700만명에 이르며 최대 2억명이 추위에 떨었다고 추산했다.
◇교통대란 속 21명 사망…북금곰마저 ‘긴급대피’
지금까지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미시시피강 인근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충돌해 4명이 숨지는 등 눈길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만 10명 가까이 된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교통마비 사태도 계속됐다. 6일 오후에는 시카고와 디트로이트를 잇는 암트랙(Amtrak) 열차가 바람에 날려온 눈 더미에 막혀 일리노이주 뷰로우 카운티 인근에서 고립되는 바람에 승객 500명이 열차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다음날 버스편으로 시카고로 이동했다고 암트랙은 설명했다.
하늘길도 상당부분 막혔다. 토론토 공항은 한파로 장비 일부가 얼어붙는 바람에 안전상의 문제를 우려해 전체 지상 업무를 일시 중단한다고 7일 밝혔다. 또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력도 보강했다.
난방용 가스와 석유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공급 차질도 잇따랐다.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주 등의 가스 회사들은 추위로 가스관 등 관련 설비가 얼어붙는 등의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는 3만명이 정전을 겪었으며 이때문에 이 지역에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유전도 가동이 중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멤피스와 테네시 등에서는 혹한과 정전에 따라 정유공장의 가동도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한파로 일시 폐쇄한 시카고의 링컨파크 동물원에서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북극곰 ‘아나나’가 한파를 피해 실내 우리로 옮겼다.
동물원 관계자는 “아나나는 시카고의 날씨에 익숙해져서 더이상 북극의 추운 날씨를 견딜 수 없다”고 밝혔다.
◇병원 등 공공시설도 피해…혈액 부족사태도
이에 따라 병원측은 응급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동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특히 병원내 수술의 절반가량이 연기되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학병원도 수도관 파열로 입원실의 상당수가 물바다가 됐다.
기록적인 한파로 미국내 곳곳의 헌혈센터가 임시로 문을 닫음에 따라 곳곳에서 혈액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헌혈센터가 문을 닫은데다 문을 열었더라도 사람들이 추위때문에 헌혈하러 나서지 않자 혈액 재고량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적십자측은 23개주에서 240개 헌혈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측은 혈장과 헌혈이 평소에 피해 7천개 이상 부족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의 레이건 공항도 극심한 한파로 수도시설이 파괴돼 수화물 보관 지역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알래스카가 남부 애틀랜타보다 따뜻한 ‘기현상’도
대표적인 추위 지역인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는 7일 현재 영하 6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했던 반면 미국내에서 연중 포근하거나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영하 14도, 신시내티는 영하 21도를 기록해 ‘더위·추위 지역’이 일시적으로 뒤바뀌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이번 살인적인 추위는 반려동물에게도 적잖은 피해를 가져왔다.
미국 각지의 동물보호센터에는 추위에 버려지거나, 극심한 추위에 반려동물만이라도 따뜻한 곳으로 옮겨놓으려는 주인들이 데려온 동물로 ‘만원사례’를 빚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동물보호소에는 평소 동물 수용능력인 250마리를 넘어서 2배 가까운 동물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