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듯 보였지만 여전히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위기의 새로운 도화선으로 떠오른 유럽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되살아나는가 했던 미국 경기는 또다시 후퇴 일로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하기도 매 한가지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책 결정자들의 손에 남은 카드도 별로 없다. 또 다시 대형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다.
◇ 부양으로 빚 더 늘어난 美..성장세는 여전히 정체
이는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막대한 부채를 남겼다. 극심한 진통 끝에 가까스로 부채한도를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전제조건으로 내걸린 긴축안의 달성 여부는 불확실하다. 자칫 빚만 더 불어나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금융권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리먼 사태 이전에 이뤄진 모기지 증권 부실 판매 여파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최근 미 당국은 17개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2000억달러에 가까운 모기지 증권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손해배상액이 최대 12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하고 있다. 이게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실적 부진과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우후죽순처럼 쓰러질 수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말처럼 세계 경제에 미국발(發)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 유럽, `2차 위기의 공포`..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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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권이 재정 불량국 국채에 물린 자금도 적잖은 변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경제국 대형은행들은 재정위기의 덫에 걸린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그중 위기 정도가 가장 심각한 그리스가 근시일 내에 국가 부도에 처할 경우 은행권이 갖고 있는 그리스 채권은 휴짓조각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주변 재정불량국의 연쇄 부도와 동시에 은행권의 연쇄 파산으로도 이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에 태풍으로 작용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이런 세간의 우려를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시중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말을 온전히 믿어주기에 유럽이 처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실상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셈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