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이 날려버린 젊은층 `무한 이기주의`

`자신`이 중심이었던 日 젊은층 변화
앞장서 자원봉사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
  • 등록 2011-04-02 오전 9:14:00

    수정 2011-04-02 오전 9:14: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도호쿠대학교 졸업생인 미우라 요씨는 4월1일부터 센다이 지역에 있는 은행에 입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지진으로 센다이 지역이 초토화되면서 입사일이 무기한 연기됐다. 대신 그는 은행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친구들과 함께 지진 피해 복구 자원봉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피해 복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이처럼 과거 자신만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일본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4월1일은 일반적으로 일본 신입사원들의 첫 출근일이다. 평소에는 활기가 넘쳤을 새 출발 일은 그러나 일본 경기 장기침체와 대지진·쓰나미·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물질 유출 등의 3연타를 맞으면서 우울한 분위기가 됐다.

그러나 일본 젊은 층은 위기를 바탕으로 오히려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진발생 전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안정적인 직장 등에 몰려드는 세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세대다. 이는 곧 다른 사람들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생각하는 `무한 이기주의`로 연결됐다. 하지만 일본 역사상 최악의 대재앙은 이들의 숨겨져 있던 애타심을 발현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 변화는 그동안 사회참여도가 높았던 장년층보다 젊은층 사이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회사 취업이 확정된 대학교 졸업생들은 비영리단체에 가입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일부는 거리에서 기부물품을 모으고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 등을 사용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4월부터 요코하마의 자그마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일하게 된 가미야마 미키 메이지대학교 졸업생은 "지진발생 전에는 나 자신과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을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입사한 도쿄전력 신입사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도쿄전력은 이번 방사능 물질 유출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지만, 그렇기 때문이 사고 수습을 위해 그 안에서 일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입사 예정자는 "도쿄전력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것이 사람들과 일본 사회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란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도인 도쿄는 물론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새 출발을 알리는 기념행사나 시무식 등을 축소했다. 늦은 밤까지 술과 함께 진행했던 신입생 환영회 등도 꺼리는 분위기다.

지진 발생 3주가 지난 지금도 크든 작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타니시 쇼타씨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관세이가쿠인 대학교 4학년이었다. 그는 이 지역 피해 복구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세대다.

당시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1년간 매달 12달러를 이번 대지진 복구를 위해 기부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그는 "이번 피해가 내가 아닌 남들에게 일어난 재앙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는 모두 일본인이며, 협동할 때 더욱 그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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