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현대건설 M&A 파행]①자본시장 열병을 앓다

  • 등록 2011-02-08 오전 9:20:00

    수정 2011-02-08 오전 9:20:00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07일 12시 5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최근 몇 개월간 한국 자본시장은 지독한 `열병(熱病)`을 앓았다. 현대건설 M&A 얘기다. 10년 전 현대가(家)를 뒤흔든 `왕자의 난`보다 더한 골육상쟁은 그들만의 특수성이라 치부해도, 한국 1위 건설사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선협상대상자 박탈과 교체란 잡음은 국내 M&A 시장에 얼마나 신뢰받는 규칙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건설(000720)을 내놓은 채권단이나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그룹이나 현대차(005380)그룹은 냉철한 판단력을 잃고 거래성사에만 몰두했다. 과거 대우건설(047040) 때 처럼 이른바 `딜 피버(Deal Fever)`가 또다시 발병했다. 마켓in에서는 현대건설 M&A에서 나타난 문제점 분석을 통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M&A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딜 피버`의 병폐를 진단하고 향후 치유책을 찾기 위해 국내 IB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의 일차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현대그룹이 의혹을 좌초한 측면을 지적했고, 현대차의 태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결과인데, 그만큼 이번 딜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심경도 복잡했다는 뜻이다.

한 대형증권사 IB본부장은 "국내 M&A 시장은 현대건설 전후로 나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던 국내 IB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축적하며 성장했지만, 이제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문화를 만들어 한단계 더 성숙해야 한다는 것을 학습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설문에는 증권사 IB본부장 6명, 대형회계법인 M&A 담당 임원 2명,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1명, 기업컨설팅회사 대표 1명 등 총 10명이 응답했다. 현대건설 딜에 직접 참여했거나 범 현대가(家)에 속하는 곳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외했다.

"파행 1차 책임은 채권단"

`현대건설 M&A가 사상 유례없이 우선협상대상자 교체라는 파행을 겪은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원칙을 번복하고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인 채권단(매각주간사 포함)`이라고 답했다. 또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의혹을 좌초한 현대그룹`과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의혹을 제기한 현대차그룹`의 책임이라는 답변이 각각 1명씩 나왔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보다는 종합적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책임을 언급한 응답자는 채권단도 잘못이 있다고 중복답변을 선택했다. 따라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채권단 책임을 직접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채권단의 과오는 허술한 심사과정과 모호한 입찰규정이었다. 허술한 심사였다는 지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8명이 `적절했다`고 답한 것에서 가늠할 수 있다.

채권단이 공개한 심사기준은 100점 만점에 가격부문 65점, 비가격부문 35점으로 대우건설 입찰심사와 비교해 비가격부문 배점이 2점 높아졌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1점미만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2점은 적지 않은 점수였다. 결국 전문가들의 판단은 심사기준은 적절했으나, 심사과정이 미숙하거나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가격과 비가격 부문의 비율 조정도 중요하지만 각 항목별로 얼마나 실질적이고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IB임원은 "우선협상자 선정때 판단했어야할 문제를 끌면서 글로벌시장에서 국내 M&A시장에 대한 명성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는 입찰심사단이 11월 15일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20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심사를 마무리했고, 그 과정에서 `현대상선(011200) 프랑스법인 예치금`을 구두확인 등의 방법으로 검증하며 훗날 논란을 스스로 만든 것에서도 나타난다.

입찰규정의 모호함도 지적됐다. 한 대형회계법인 M&A자문 담당 임원은 "입찰안내 규정 중 제출 서류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있었다면,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 입찰규정의 모호함은 지난 달 4일 현대그룹의 양해각서 효력유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도 인정한 대목이다.

법원은 당시 결정문에서 "입찰참가자들에게 배포된 입찰안내서 내용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자금처럼 대출이 예정된 자금이 아니라 이미 대출이 실행돼 입찰참가자 명의의 계좌에 입금돼 있는 자금이 자기자금`과 `타인자금`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 관련기사 ◀ ☞[특징주]현대건설, 목표가 상향 러시에 강세 ☞현대건설, 해외 시장 경쟁력 돋보여..`목표가↑`-JP모간 ☞현대건설, 상승하는 기업가치를 봐라-I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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