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골프)티만 씨와 버만 여사

  • 등록 2009-09-22 오전 10:25:03

    수정 2009-09-22 오전 10:25:03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그 남자, 티만씨는 첫 샷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당당하게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설 때 잡은 클럽이 드라이버가 아니라 3번 우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친 볼이 남들 드라이버 샷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짱짱한 거리와 파란 하늘과 푸른 페어웨이를 절반으로 ‘쫘~악’가르는 흔들림 없는 방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굿 샷’소리가 절로 났다.

그 여자, 버만 여사도 마찬가지.
헤드가 아이 머리만한 최신형 드라이버를 들고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설 때는 저걸 제대로 휘두르기나 하려나 싶었지만 휘두르는 것뿐 아니라 완벽한 임팩트에 쫙 뻗어주는 폴로스루와 피니시까지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 했다. 거리가 남자 골퍼 ‘저리 가라’였다.

티만 씨와 버만 여사를 처음 만난 동반자들은 바짝 긴장했다. 오늘 라운드는 그냥 조용히, 아니 연속으로 감탄사나 터뜨려주며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싶었다. 틈을 봐서 비법 한가지라도 전수받으면 장땡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이상했다. 티만씨는 첫 홀 세컨 샷에서 다시 3번 우드를 쥐고 스윙을 했는데 뒤땅을 때렸다. 첫 샷을 너무 잘 날려 놓더니 힘이 좀 들어갔나 싶었다. 그런데 다음 홀에서도 페어웨이에서 잡은 3번 우드는 미스 샷을 냈다. 워낙 힘이 좋아 뒤땅을 쳐도 그럭저럭 남들 가는 거리 발꿈치는 따라갔지만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였던 그 힘찬 3번 우드 샷은 아니었다.

더 이상한 것은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완전 딴판이라는 것이었다. 3번 우드를 잡든, 드라이버를 휘두르든, 파3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든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칠 때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를 잘 아는 골퍼들이 왜 `티만`씨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티 위에 올려 놓을 때만 잘 친다는 말이었다.

버만 여사 역시 그랬다. 드라이버만 잘 쳤다. 일단 볼이 잔디 위에 올라 앉기만 하면 정확하게 맞추지를 못했다. 뒤땅이 많았고 토핑도 많았다. 특히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을 할 때는 도통 홀 근처에 공을 가져다 둘 줄을 몰라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 드라이버 샷 절반 만큼만 맞춰도 좋으련만….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더니만 티만 씨나 버만 여사 모두 늘 겪는 일이라는 듯 쑥스럽게 한번 씩 웃고 만다. “제가 원래 좀…”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나.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원인을 찾자고 보니 조금씩 보였다. 티만 씨와 버만 여사의 공통점은 스윙 도중에 위아래로 스웨이(Sway)가 생기는 것이었다. 흔히 스웨이라고 하면 백스윙 때 오른쪽(오른손 잡이의 경우)으로, 다운스윙 이후 왼쪽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 즉 축이 고정되지 않고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말하지만 이 좌우 스웨이보다 무서운 게 위아래, 즉 상하 스웨이다.

보통 백스윙 때 약간 주저 앉았다가 다운스윙 때 다리를 펴주면서 몸이 일어선다. 이런 스윙 습관은 임팩트 때 뭔가 쭉 펴져서 원심력을 최대한 공에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칠 때 생기기도 하고 임팩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코치의 구박에 힘껏 때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생기기도 한다.

상하 스웨이가 생기면 몸이 들어 올려지면서 클럽이 공에 접근하기 때문에 티 위에 공을 올려 놓고 샷을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땅에 공이 있을 때는 미스 샷을 낼 확률이 높다. 공에 클럽이 맞을 때 몸이 들어 올려지니까 공 머리를 치게 되거나 스윙의 최하점이 공 뒤쪽에서 만들어지면서 뒷땅을 치게 되는 것이다.

상하 스웨이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을 때린다는 생각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뭔가 때리려는 생각을 버리면 스윙이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이것은 비단 상하 스웨이 뿐 아니라 스윙 전반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아주 근본적인 방법이고 매우 간단하지만 진짜 어려운 과제다. 눈 앞에 공이 있으니까….

다른 방법은 스윙하면서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게 뭔가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허리를 단단히 잘 받쳐 주거나 턱을 좀 들어 올려 고개가 푹 숙여지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도 도움이 된다. 거울을 보면서 빈 스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겠다. 거울에 선을 그어 놓고 그 위로 머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빈 스윙은 공이 없으니 때리려는 몸 동작도 줄일 수 있다.

연습밖에 없다. 그것도 신경 써서 신중하게 하는 연습.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버만 여사가 된 것을 투덜거리면 안될 일이다. 오늘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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