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모펀드 위에 나는 부실채권 투자기업

부실채권 투자로 기업 경영권 획득 노리는 새 기류 형성
채권자가 사모펀드 자리 대체
우려 상존 불구, `PEF보다 낫다` 평가
  • 등록 2009-05-16 오전 11:15:00

    수정 2009-05-15 오후 3:37:59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미국 주택시장 붐이 한창이던 2004년 당시, 각종 문(door)을 생산하는 80년 전통의 캐나다 기업 매소나이트인터내셔널 역시 승승장구했다.

이런 매력적인 기업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그냥 지나칠리 없었다. KKR은 은행에서 15억달러를 차입하고, 7억7000만달러의 하이일드채권을 발행해 매소나이트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4년뒤, KKR이 소유했던 매소나이트는 지난 3월 델라웨어와 온타리오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주택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매소나이트 문 판매량은 2006년 5500만개에서 3600만개로 급감했다.

결국 매소나이트는 법원 구조조정을 통해 문을 닫거나 다른 시설에 통합될 처지에 놓였고, 1만5000명 직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해고했다.

이제 관심사는 매소나이트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다. 잠재 후보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로스엔젤레스 소재 오크트리캐피털이 거론되고 있다. 오크트리는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 싼 가격에 부실채권을 인수해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권을 쥐는 구조를 통해 올해 들어 비밀스러운 기업인수 게임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파산보호 신청 시 기업 소유권은 주식 보유자에서 채권자로 넘어가는데 결국 부실채권 투자자들이 과거 차입금융을 통해 기업인수를 주도했던 사모펀드들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을 `약탈자(predator)`라고 표현하며 이들의 목표물 상당 부분이 유명 사모펀드들에 의해 인수된 불운한 기업들이라고 소개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회장은 "주주들이 밀려나고, 채권자들이 많은 기업들의 소유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라일그룹에 따르면 호시절 사모펀드들은 저렴한 차입금리를 활용해 대형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2005~2007년 사이 거래 규모만 2조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위상이 부실채권 투자자들로 전이되는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실채권 투자자들 역시 사모펀드들처럼 공격적 인수에 나서는 것은 비슷하다. 또 다른 이들의 불행을 밟고 번영한다는는 의미에서 일부에서는 벌처(vulture)나 남의 불행으로 득을 보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오크트리와 함께 아폴로자산운용, 애비뉴캐피탈, 센터브리지파트너스 등이 `겁쟁이`라기보다 러시안룰렛만큼의 예측성을 보여주며 이들의 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법정 논거에 달려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특히나 사모펀드보다 20~30%나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한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사모펀드 기업들이 뛰어난 인수 능력과 달리 경영 능력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과 대조적으로 오크트리나 센터브리지 등의 경우 수년간 시행착오를 통해 기업 경영 능력을 개선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전 오크트리와 센터브리지는 부채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기반이 괜찮은 경기순환 기업들을 주시해왔고, 앞서 매소나이트도 눈독을 들인 기업 중 하나였다.

이들은 부도 시 은행 대출 보유자들이 새로운 소유권자가 되는 것을 간파하고, 매소나이트의 부실 신호가 감지되자 채권을 사들여 재빨리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두 기업 모두 향후 매소나이트의 최대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보이며 법정관리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경영권을 쥘 수 있게 된다.

한편, 오크트리는 과거에도 휴대폰송신탑 업체인 스펙트라사이트라의 부실채권을 1억달러에 인수한 뒤 상장을 통해 세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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