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밥을 안먹고 사는 사람이 없듯이 여기저기 안쓰이는 곳이 없다는 뜻이지만 MLCC를 처음 보는 사람도 '전자산업의 쌀'이라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MLCC는 가전제품 회로기판에 여기저기 붙어있다가 평소보다 높은 전류가 들어오면 이를 저장하고 낮은 전류가 들어올 때 방출해서 항상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축구로 말하면 주장, 야구에서는 포수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MLCC는 왜 이렇게 작게 만들까. 회로마다 수십개씩 붙어야 하는 MLCC의 덩치가 크다면 휴대폰 같은 소형 전자제품을 만드는 일은 꿈도 못꾼다. 휴대폰에는 250여개, LCD TV에는 700개 가량의 MLCC가 들어간다.
MLCC가 전자산업의 '콩'이라고 불릴만한 크기였다면 휴대폰은 전자레인지만한 덩치 이하로는 줄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기는 가능한 한 더 작게 만들면서 저장하는 전하량은 더 크게 만드는 게 MLCC 기술의 처음이자 끝이다. 같은 용량 같은 크기라면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이 우수하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용량이 얼마나 더 크냐에 따라 가격이 100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기술력이 중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삼성전기(009150)는 80년대 후반부터 MLCC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늘 일본업체들의 제품력을 따라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고 역전한 것은 불과 2년전의 일이다. '삼성전기가 세계 최고 용량의 MLCC를 만들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2005년부터였다.
2003년 각 부서에서 차출된 20여명의 연구인원으로 크기는 가장 작고 용량은 가장 큰 MLCC 개발을 시작했다. 결국 2년가량의 연구개발 끝에 2005년말‘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3개 제품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었다.
삼성전기를 MLCC 세계 1위 업체로 끌어올린, 'A3 기종'이라고 불리는 그 영광의 3총사들의 이름은 이렇다.
1005 2.2㎌, 1608 10㎌, 2012 22㎌.
올해 삼성전기가 새로 내놓은 제품들도 시장을 리드하는 최고용량의 제품들인데 그들의 이름도 이렇다. '1005 4.7㎌' '1608 22㎌' '2012 47㎌'다. 2005년 대표선수들과 구분하기 위해 '뉴A3'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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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뉴A3 제품들은 최초로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세라믹 두께를 실현해야 하는 제품이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처음에는 거의 100% 불량이 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제품이었다"며 "세라믹층과 금속전극층을 얇게 만들 수 있는 재료의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라믹 부분은 세라믹 원료를 아주 잘게 가루를 내서 용제에 섞어 걸죽하게 만든 후 가는 노즐로 쏘는 방식으로 층을 입힌다. 50~200nm 수준의 초미립 파우더를 균일하게 섞는 기술도 어렵고 기껏 쌓아올린 층들이 깨지는 것도 문제였다.
세라믹과 금속이 반복해 쌓여 있는 MLCC내부는 열을 가하면 세라믹과 금속의 수축/팽창률 차이로 인해 MLCC가 깨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원료도 다시 고민하고 섞는 방법과 굽는 과정도 다시 연구해야 했다.
현재 삼성전기와 경쟁사 제품과의 기술차이는 약 6개월 정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경쟁사들도 1005 4.7㎌ 4V까지 경쟁사에서 출시했다"며 "조만간 용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한 1005 10㎌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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