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지난 2005년 8월 29일. 미국의 '석유 동맥' 멕시코 만(灣)이 완전히 멈춰섰다.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카트리나(Katrina)'가 이 일대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가공 시설을 철저히 파괴해버린 것이다.
끝내 뉴올리언스 일대가 암흑으로 변할 위기에 처했을 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천연가스 터미널 하나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 최첨단 LNG선 한척(사진)이 재기화 공장을 거치지 않고 해상에서 곧바로 가스 공급에 나선 것이다.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 선박은 세계 최초로 자체 재기화 시설을 장착한 'LNG-RV 엑셀시오르' 호(號).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건조하고, 지난 2005년 1월 벨기에의 선사 엑스마(EXMAR)사(社)에 인도한 선박이다.
◇ "혁신을 선도하라"
'액화천연가스 재기화 선박'(LNG Regasification Vessel)으로 불리는 LNG-RV는 기존의 LNG 운반선에 별도의 재기화 설비를 탑재하고 있다. 첨단 시스템(그림)을 통해 해상에서 직접 LNG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
하지만 당시 LNG선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은 선뜻 제안에 응했다. 혁신적인 기술만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과감한 도전을 이끈 것이다.
고재호 선박사업본부장 전무는 LNG-RV의 탄생 배경을 "대우조선해양의 활발한 혁신 활동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모든 구성원들은 회사가 위기에 닥치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존재가 없다는 것을 자각했다"면서 "모든 임직원들이 혁신 활동에 헌신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시장의 중심축을 옮겨놓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LNG선 시장의 중심축을 한국으로 옮겨놓은 장본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선가(船價). LNG선 시장을 선점한 일본 조선산업을 앞지르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고재호 전무는 "LNG선이 유조선만큼 많이 발주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전사적으로 원가를 낮출 방법을 고민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꾸준히 LNG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235척 중 72척을 수주해 점유율 1위(30%)를 달리고 있다.
◇ 초부가가치 선박 전문기업을 향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09년까지 LNG선의 연간 건조량을 현재 12척에서 15척으로 늘린다는 목표 하에 시설 투자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대형 선박의 비중을 확대해 초부가가치 선박 전문 조선소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재호 전무는 "대형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를 비롯해 3600톤급 해상 크레인 등 굵직한 투자를 지난해 마무리했다"면서 "최신 설비를 발판으로 대형 LNG선의 건조 비중도 50%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관련기사 ◀
☞대우조선해양, 10월 영업익 310억..전년비 154%↑
☞대우조선해양, 유조선 역대 최고가로 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