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지역의 한파속에서도 월가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개장초 지지부진하던 뉴욕증시는 내년초 장세를 긍정적으로 내다본 투자자들이 블루칩을 중심으로 강한 선취매를 일으키면서 나스닥지수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주들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27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지수가 110.72포인트, 1.04% 상승한 10803.16포인트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45.80포인트, 1.84% 상승한 2539.3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위주의 S&P500지수도 어제보다 13.73포인트, 1.04% 오른 1328.92포인트를, 소형주위주의 러셀 2000지수 역시 어제보다 12.67포인트, 2.72% 오른 479.3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전반적으로 거래도 활발해져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19억6000만주, 나스닥시장에서도 19억9800만주로 오후들어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상승 대 하락종목도 거래소시장이 20대9, 나스닥시장이 18대14로 강세장을 연출해냈다.
오전만해도 뉴욕증시는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지리한 장세가 이어졌다. 다우존스지수는 보합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한때 1% 이상 하락하기도 하는 등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오무렵 블루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오후내내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강세장을 만들어냈다. 다우존스지수는 장마감직전 한때 지수가 137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막판에 상승폭을 다소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세자리수의 견조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개장초의 부진을 씻고 반도체, 컴퓨터 하드웨어,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오후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 일중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1월효과"라고 불렀다. 즉 내년초 장세가 랠리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오늘 증시를 강하게 끌어올린 요인이라는 것이다. 내년초에도 일련의 기업들이 실적전망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연준의 행보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선취매로 이었졌다는 해석이다.
투자회사인 래븐게이트 파트너즈의 패트리샤 채드윅 사장은 "내년초에도 기업들의 실적악화 경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결국 이같은 경고들이 연초장세에 부담이 되겠지만 이는 오히려 연준의 금리인하를 더욱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연초랠리에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나스닥시장에서는 개장초 약세를 보이던 대부분의 업종이 다시 강하게 반등, 지수상승을 이끌어냈다.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어제보다 4.28% 오른 것을 비롯, 컴퓨터 1.06%, 바이오테크 0.38%, 텔레콤 3.64% 등 빅3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어제 크리스마스시즌중 매출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야후가 오늘은 약세로 돌아서 골드만삭스 인터넷지수는 0.70% 하락했다.
어제 장마감후 실적악화 전망을 발표한 컴퓨터 보안업체인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가 어제보다 주가가 62%나 폭락한 것을 비롯,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오러클, 월드컴 등이 약세를 보인 반면,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츠가 13%, JDS유니페이스가 11% 급등한 것을 비롯, 시스코, 델컴퓨터,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은 상승해 간판급 기술주들의 등락이 다소 엊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는 어제 장마감후 4/4분기 매출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1억2천만달러나 부족, 순손실규모가 5천5백만달러에서 6천5백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 증시를 놀라게 했다. 퍼스트콜은 3천만달러정도의 순익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윌리엄 라슨 회장을 비롯해 CFO와 사장 등 최고경영층이 예상밖의 손실에 책임을 지고 대거 사임함으로써 주가가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소매유통, 제약, 운송, 항공, 소비재 업종이 강한 상승세를 탔고 리만브러더즈가 일부 종목들에 대해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한 보험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오름폭이 컸던 유틸리티, 금, 제지, 은행, 바이오테크주들은 약세였다.
다우존스지수 편입종목 중에서는 AT&T가 5% 가까이 하락한 것을 비롯, 알코아, 엑슨모빌, 인터내셔널 페이퍼, 마이크로소프트가 약세였지만 전통적인 블루칩종목들인 휴렛패커드, 이스트먼 코닥, P&G, 필립모리스, 3M,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월트디즈니 등을 비롯해 홈데포와 월마트가 각각 5%, 4%씩 인상적인 상승폭을 보였다.
골드만삭스가 오늘 아침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 페더레이티드와 월마트, K마트 등에 대해 올해와 내년 실적추정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지만 오히려 소매유통업종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UBS 워버그는 고객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번 크리스마스시즌중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엊갈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다소 상반된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