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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처캐피털(VC) 한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뒤 스타트업이 원하는 건 결국 현지 VC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이라며 “현지 VC가 국내 법과 컴플라이언스를 고려하면서까지 굳이 국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고려하는 추세는 아니다”라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수 VC 관계자 역시 “플립을 염두에 둔 혹은 이미 플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회사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본사를 현지에 둔, 이른바 플립한 곳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현지 법 체계하에서 투자한 회사를 관리하거나 행정처리를 돕기도 쉽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이 있는 상태에서 플립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계획했지만 두세 달도 못 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아예 플립을 하면 투자하겠다는 조항을 내건 투자사로부터 투자받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와 비슷하게 국내 VC 스프링캠프는 미국 자회사 스프링캠프US를 설립해 창업가들은 위한 공간을 꾸리고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VC 500 글로벌과 IBK창공 실리콘밸리라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에는 현지에 소재를 둔 프라이머사제, 알토스벤처스와 같은 한국계 VC들이 즐비하다.
이 밖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비즈니스가 너무 커진 다음 플립하는 방식을 추천하지 않았다.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꾸려야 하는데, 국내 비즈니스 규모가 너무 크면 두 개의 독립된 큰 법인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미국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플립을 할 때 회사 사업 모델, 매출 창출 방식, 향후 투자 방향성 등을 고려해 각자 사정에 맞춰 적절한 시기를 꼽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