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美서 투자 받으려면…가장 중요한 건 ‘플립’

거점 미국으로 옮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추세
업계 "플립 돕는 국내외 VC로부터 투자 받길 추천"
적당한 매출있는 상태에서 빠른 시기일수록 좋아
  • 등록 2024-12-17 오전 5:27:00

    수정 2024-12-17 오전 5:27:00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경기침체 장기화, 유동성 감소 등 얼어붙은 국내 시장 분위기에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특히 시장 규모가 크고 K컬쳐의 영향력이 큰 ‘미국’을 타겟으로 삼아 진출 채비에 열을 올린다. 이때 국내외 투자사들은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선 사업 중심을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flip)’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16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사들이 미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플립’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립은 국내 법인이 해외 진출을 위해 해당 국가로 사업 중심을 옮기는 개념이다. 신설된 해외 법인이 기존 국내 법인을 자회사나 지사 등의 형태로 지배하도록 지배구조를 뒤엎는 식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한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뒤 스타트업이 원하는 건 결국 현지 VC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이라며 “현지 VC가 국내 법과 컴플라이언스를 고려하면서까지 굳이 국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고려하는 추세는 아니다”라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수 VC 관계자 역시 “플립을 염두에 둔 혹은 이미 플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회사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본사를 현지에 둔, 이른바 플립한 곳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현지 법 체계하에서 투자한 회사를 관리하거나 행정처리를 돕기도 쉽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현지 거래처와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에서 엑시트를 경험한 선배 창업가들은 “현지에서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회성 수익이 아닌 반복 수익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기적으로 고객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 계약을 성사시켜야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이 있는 상태에서 플립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계획했지만 두세 달도 못 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아예 플립을 하면 투자하겠다는 조항을 내건 투자사로부터 투자받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때 최근 들어 국내 다양한 투자사와 기관이 역시 미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지 VC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플립을 도움받는 사례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아산나눔재단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마루SF라는 거점 공간을 세워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단기 주거 공간과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재단은 국내외 투자사, 글로벌 지원기관과 협력 체계를 맺고, 이들이 육성하는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비슷하게 국내 VC 스프링캠프는 미국 자회사 스프링캠프US를 설립해 창업가들은 위한 공간을 꾸리고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VC 500 글로벌과 IBK창공 실리콘밸리라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에는 현지에 소재를 둔 프라이머사제, 알토스벤처스와 같은 한국계 VC들이 즐비하다.

이 밖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비즈니스가 너무 커진 다음 플립하는 방식을 추천하지 않았다.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꾸려야 하는데, 국내 비즈니스 규모가 너무 크면 두 개의 독립된 큰 법인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미국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플립을 할 때 회사 사업 모델, 매출 창출 방식, 향후 투자 방향성 등을 고려해 각자 사정에 맞춰 적절한 시기를 꼽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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