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경쟁 심화에 본격적으로 성장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케이캡 유사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단독 체제에서 3파전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HK이노엔 측은 설비 교체로 인해 케이캡 출하가 제한됐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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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캡의 매출은 지난 2분기부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242억원(작년 1분기) → 289억원(작년 2분기) → 329억원(작년 3분기) → 334억원(작년 4분기) → 519억원(올 1분기) → 371억원(올 2분기) → 357억원(올 3분기) 순이다. 올 1분기까지 고공 성장을 했지만, 이후 최근 2개 분기 매출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같은 매출 감소에 투자업계도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LS증권은 HK이노엔의 3분기 실적 추정치를 매출 2235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였던 매출 2346억원보다 4.8% 낮춘 것이고, 영업이익 298억원보다는 22.8% 줄인 것이다.
실제 HK이노엔의 3분기 매출은 2295억원, 영업이익은 2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실제 매출과 이익 모두 당초 시장 예상을 밑돈 것이 그대로 확인 된 것이다.
케이캡 단독 시장 → 3파전 6사 참전 격전지
이 같은 케이캡 매출 감소는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경쟁 심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는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는 느린 약효 발현, 빠른 반감기 등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여기에 PPI 제제는 위식도 역류로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약물이 반응하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됐다. PPI가 위산과 만나야만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케이캡은 국산 30호 신약으로 2019년 3월 출시했다. 케이캡은 대웅제약의 펙스클루 등장 전 국내 유일 P-CAB 치료제로 시장을 선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P-CAB 치료제 시장은 케이캡 단독 시장에서 최근 3파전으로 재편됐다”면서 “외형적으론 3개 치료제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지만, HK이노엔-보령, 대웅제약-종근당, 제일약품-동아ST 등이 각각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무려 6개 제약사가 P-CAB 패권을 놓고 참전 중이다”고 진단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2년 7월 국산 34호 P-CAB 신약 ‘펙수클루’를 출시했다. 펙스클루 처방액은 출시 첫해 129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3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처방액은 352억에 이른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종근당과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케이캡 추격을 시작했다. 종근당은 HK이노엔의 종전 케이캡 공동판매 파트너사였다. HK이노엔은 올해부터 케이캡 공동판매 파트너사를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교체했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P-CAB 신약 ‘자큐보’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37호 국산 신약이다. 제일약품과 동아ST는 지난 9월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큐보는 지난달 출시됐다.
“생산 설비 교체로 출하 제한...4분기엔 다를 것”
HK이노엔은 이 같은 시장 우려에 선을 그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 생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설비 교체가 진행됐다”며 “케이캡 출하가 제한됐고, 시장 수요만큼 원활하게 케이캡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4분기 생산 정상화로 출하량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P-CAB 치료제 시장이 정체라면 최근 경쟁 심화가 맞다”면서 “하지만 P-CAB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쟁심화 우려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내 P-CAB 치료제 처방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전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 점유율은 21%로 지난해 17.2%보다 증가했다. 이 기간 케이캡 시장 점유율은 15%다. P-CAB 시장만 놓고보면 케이캡 점유율은 71.4%에 달한다.
이날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처방 규모는 1조2666억원이다. 그중 PPI 처방 금액은 6951억원으로 전체 소화성궤양용제의 54.8%를, P-CAB 처방 규모는 2176억원으로 17.2%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일본 사례를 들어 P-CAB 시장 점유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P-CAB 점유율은 2016년 9%에서 4년만에 2020년 33%로 늘었다. 일본 내 P-CAB 점유율은 오는 2030년 4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일본에선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P-CAB 신약이 출시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P-CAB 치료제 국내 3종 외 일본 다케다제약 ‘디케캡’, 중국 케이파제약 ‘베이웬’ 등 총 5종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을 국내 시장에 한정해서 분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케이캡은 한국을 포함 46개국에 진출했고 10개국에서 출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멕시코 등 중남미 주문 증가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4분기에도 수출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아울러 말레이시아 등 7개국도 허가를 완료해 출시가 임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