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자사주 활용한 EB 발행 급증…“채권자 가치 훼손 우려”

만기이자율·표면이자율 0% EB 발행 줄이어
호텔신라, 자사주 활용해 1327억 규모 EB 발행
자사주 공시 규제 강화를 회피 위한 ‘꼼수’ 지적
  • 등록 2024-07-17 오후 3:18:32

    수정 2024-07-17 오후 3:18:32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최근 전환사채(CB) 대신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교환사채(EB)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우려가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채권자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B는 발행 기업이 EB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회사 보유의 다른 회사 주식이나 자사주로 바꿔 갈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사가 상장사인 경우 자사주나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로 교환 대상으로 활용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사 중 호텔신라(008770), 유니드(014830), 에프엔에스테크(083500), 알서포트(131370), AP시스템(265520), 디아이(003160), 선익시스템(171090) 등 7곳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했다.

이들 기업 모두 표면이자율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호텔신라, 유니드, 알서포트, 디아이, 선익시스템 등 5곳은 만기이자율과 표면이자율이 각각 0%다. 사채를 통한 이자수익 없이 교환 대상 주식 가격의 시세 차익만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호텔신라가 발행한 EB 총 규모는 1327억9700만원에 달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호텔신라가 자사주를 활용해 EB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신라는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EB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연 4.65%로 차입한 1500억원을 갚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0% 이자로 발행할 경우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해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다.

특히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기를 앞두고 기업들이 이자율 0%의 EB를 발행하면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EB 순발행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들어 EB 순발행액은 5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해(1889억원)동안 발행된 EB 규모보다 반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사주 공시 규제 강화를 회피하기 위한 발행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분기 자사주 처분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정책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식이 회사의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문제시될 수는 없다”면서도 “주주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자사주의 소각을 선호하겠지만, 채권자 입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이익잉여금의 감소와 함께 유사시 재무융통성 활용 재원 및 재무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의 소멸과 같기 때문에 채권자 가치가 훼손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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