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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위 점했다
툴젠은 미국에 출원된 특허 중 1건에 대해 2020년 12월 저촉심사가 개시되면서 브로드, CVC와 경쟁하고 있다. 툴젠은 세 곳 중 ‘시니어 파티’(우선순위 권리자)로 인정받았고 나머지 두 곳은 ‘주니어 파티’(후출원자)에 속해 먼저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 파티 기업이 특허 분쟁 마지막 단계인 저촉심사에서 승소할 확률은 75%에 달한다.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주니어 파티인 CVC와 브로드가 입증해야만 하는 만큼 일단 툴젠이 우위에 선 상황이다.
주니어 파티 간 분쟁에서는 브로드가 승기를 잡아야 툴젠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브로드가 이길 경우 브로드와 툴젠 둘만 분쟁을 진행하지만, CVC가 이긴다면 툴젠과 브로드, CVC까지 3자간 분쟁으로 소송 판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브로드가 유리한 형국이다. 브로드는 이미 CVC를 상대로 저촉심사 단계 중 첫 번째 단계(Motion phase)와 두 번째 단계(Priority phase)에서 승기를 잡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툴젠이 시작할 특허 분쟁은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갈 것으로 분석된다. 분쟁이 계속돼 어느 한 곳만 특허권을 독식하는 경우다. 하지만 협의를 거쳐 각 기관이 특허를 나눠 갖거나, 각자 특색을 인정해 별도 특허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선 합의를 통해 특허를 공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바이오 전문 특허법인인 정진의 김순웅 대표 변리사는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공유 특허권에 대한 활용이나 처분이 자유롭기 때문에 연구개발이나 상용화부분에 있어 딱히 한계는 없다”며 “기반 기술이나 인프라 처럼 쓸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툴젠 입장에서 봐도 현재의 재무상황이나, 막대한 소송 비용, 긴 소송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합의를 통해 하루 빨리 특허수익화를 이루는 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9년 째 적자… 특허수익화 시급
합의에 성공할 경우, 현재 툴젠의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연구개발에 돌입한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특허권 요구에 따른 수익화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 진행 건수는 80건 이상으로 알려진다.
툴젠은 장기간 매출 부진으로 9년 째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매출은 최근 5년 간 10억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허수익화 사업 외에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과 유전자교정 동식물 개발 등 총 3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이 중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없다. 유전자교정 동식물 사업의 경우 상용화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툴젠 관계자는 “CVC와 브로드 간 소송이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툴젠도 소송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현재 철저히 준비 중이며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