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발코니에 알몸으로 서 있던 게 죄인가요?" [그해 오늘]

  • 등록 2024-02-27 오전 12:02:00

    수정 2024-02-27 오전 12:02: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19년 2월 27일, 호텔 발코니에서 알몸으로 서 있다가 공연음란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2017년 9월 12일 정오께 부산 한 호텔 6층에서 투숙 중이던 A씨는 야외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알몸 상태로 3~4분가량 서 있었다.

때마침 수영장에서 이 모습을 본 30대 여성은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이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호텔 발코니에서 벌거벗은 채 음란행위를 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해당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
1심은 “목격자가 A씨 손이 중요 부위 근처에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음란행위를 했다고 오인했을 수 있고, 퇴실하려고 짐을 싸는 아내 바로 옆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이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호텔 발코니에 알몸 상태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음란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은 음란행위 여부가 아닌,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발코니에서 알몸을 노출한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2심은 “음란행위는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 의도를 표출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며 “호텔 발코니에 알몸으로 서 있던 행위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1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 이유에 대해 “A씨가 외부에서 발코니가 보인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중요 부위를 가리려고 노력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타인에게 불쾌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한 고의도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A씨가 이 같은 판결에 불복, 상고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은 2019년 4월 30일 A씨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 해당하고 원심의 사실오인 등 구체적인 주장 없이 단순히 사실인정을 다퉈 적법한 상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온라인에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수영장이 훤히 보이는 발코니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 게 바바리맨이랑 뭐가 다르냐”, “아무리 개인 공간이라지만 발코니는 외부에 노출된 곳인데, 알몸으로 서 있었다면 당연히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았다면 악용 가능성도 클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남의 호텔방 베란다를 쳐다본 게 잘못 아니냐. 남녀가 바뀌었다면 쳐다본 사람이 성희롱으로 처벌받았을 것”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달랐다면 사법부 결론도 달라졌을 것이란 취지로 주장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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